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306
어제:
353
전체:
5,022,913

이달의 작가
2010.10.29 11:23

몸길

조회 수 472 추천 수 4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몸길


이월란(2010/10)


코앞에 프리웨이 입구가 뚫린 지 열흘째
주욱 타고 달린 날보다 놓친 날이 더 많았다
핸들만 잡으면 사차원을 달리는 마음을 두고
손은 오래된 길을 향해 매번 핸들을 꺾었다

새 길에 들어서면 언제나 새로 변해버린
나와 맞닥뜨려야 하지 않던가
저 길이 언제 생겼다고
나는 벌써 6, 7분의 주행시간을 과감히 도려내었는데

놓치기 싫은 그 길 위에 내 어미 분 내음 떠 다녔을까
외면키 싫은 그 길 위에 내 아비 땀 내음 날아 다녔을까
생각 없이도 달릴 수 있는 그 길이 좋다는데

마음처럼 간사하지 못해
더 오래 기억하며, 더 먼저 기억해내는 몸속의 길
칼라시대에 흑백 브라운관이 뜨고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가 달리는 길

내 어미 등에 업혀 있었을까
내 아비 무릎에 앉아 있었을까
기억의 손이 산을 뚫고 터널을 내어 닦아 놓은 길

이젠 잊어도 좋을, 이젠 더 빠른 길로 가도 좋을
거울 속 나신 위에 실핏줄처럼 흐르는
지도에도 없는 길들이 선명하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45 진실게임 2 이월란 2008.05.10 254
844 지지 않는 해 이월란 2010.12.14 406
843 지우개밥 이월란 2008.12.02 274
842 지문(指紋) 이월란 2009.10.11 351
841 지금 이대로 이월란 2012.04.10 275
840 지그재그 지팡이 이월란 2009.01.02 271
839 지구병원 이월란 2009.09.19 313
838 증언 3------구시대의 마지막 여인 이월란 2009.10.14 395
837 증언 2 ---------구시대의 마지막 여인 이월란 2009.01.16 289
836 즐거운 설거지 이월란 2011.05.31 367
835 중환자실 이월란 2011.12.14 430
834 중독 2 이월란 2010.07.09 532
833 중간 화석 이월란 2011.09.09 313
832 줄긋기 이월란 2009.01.15 402
831 죽어도 싸다 이월란 2010.05.25 366
830 죽어가는 전화 이월란 2009.10.01 307
829 주차위반 이월란 2010.02.28 442
828 주중의 햇살 이월란 2010.04.23 330
827 주정하는 새 이월란 2011.03.18 414
826 주머니 속의 죽음 이월란 2008.06.10 335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