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39
어제:
183
전체:
5,020,480

이달의 작가
2010.10.29 11:23

몸길

조회 수 472 추천 수 4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몸길


이월란(2010/10)


코앞에 프리웨이 입구가 뚫린 지 열흘째
주욱 타고 달린 날보다 놓친 날이 더 많았다
핸들만 잡으면 사차원을 달리는 마음을 두고
손은 오래된 길을 향해 매번 핸들을 꺾었다

새 길에 들어서면 언제나 새로 변해버린
나와 맞닥뜨려야 하지 않던가
저 길이 언제 생겼다고
나는 벌써 6, 7분의 주행시간을 과감히 도려내었는데

놓치기 싫은 그 길 위에 내 어미 분 내음 떠 다녔을까
외면키 싫은 그 길 위에 내 아비 땀 내음 날아 다녔을까
생각 없이도 달릴 수 있는 그 길이 좋다는데

마음처럼 간사하지 못해
더 오래 기억하며, 더 먼저 기억해내는 몸속의 길
칼라시대에 흑백 브라운관이 뜨고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가 달리는 길

내 어미 등에 업혀 있었을까
내 아비 무릎에 앉아 있었을까
기억의 손이 산을 뚫고 터널을 내어 닦아 놓은 길

이젠 잊어도 좋을, 이젠 더 빠른 길로 가도 좋을
거울 속 나신 위에 실핏줄처럼 흐르는
지도에도 없는 길들이 선명하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05 그냥 두세요 이월란 2008.05.09 275
904 그네 이월란 2008.05.10 227
903 그녀 이월란 2010.02.12 354
902 그녀는 동거 중 이월란 2009.05.12 443
901 그녀에게* 이월란 2008.11.30 267
900 그녀의 리뷰 이월란 2011.05.10 338
899 그녀의 펌프질 이월란 2009.04.17 527
898 그는 지금, 이월란 2012.08.17 398
897 그늘 이월란 2011.04.09 386
896 그대 내게 있음에 이월란 2008.05.09 303
895 그대 없이 그대를 사랑하는 일은 이월란 2010.03.30 722
894 그대, 시인이여 이월란 2008.05.10 281
893 그대가 머문 자리 이월란 2011.05.31 915
892 그대가 바람이어서 이월란 2010.07.19 618
891 그대가 오는 길 이월란 2010.11.24 565
890 그대여 이월란 2008.05.10 510
889 그대의 신전 이월란 2010.08.22 427
888 그들은 이월란 2008.05.08 435
887 그런 날 있다 이월란 2008.05.08 386
886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이월란 2008.05.09 31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