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4
어제:
379
전체:
5,021,367

이달의 작가
2012.05.19 01:47

여보, 눈 열어

조회 수 365 추천 수 4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여보, 눈 열어


이월란(2012-4)


살아 있다는 것이 그저 죄스럽기만 한 이즘
깨어나고 싶지 않은 아침이 뜨면
이른 햇살에 적신 엄지와 검지가 눈꺼풀에 닿는다

“여보, 눈 열어”
힌두교도의 이마에 찍힌 점 같은 제3의 눈으로
당신이 나의 눈 속으로 걸어 들어온다

막대그래프처럼 피어난 꽃들이 키를 재는
정원 너머의 세상은
유물보관함 같은 땅속으로 묻힐
위계질서만이 오늘도 투철하다

눈물을 펄펄 흘린다는 말에
흰 눈이 펄펄 내리고, 땀은 뻘뻘 흘리며
눈물은 철철 흘리는 것이라고
엄마의 혀를 기억해내지 못하는 온달 같은 남편에게
눈을 흘기면서 가르쳐 주어도

“여보, 눈떠”
라고 해야 하는 것이라고 끝끝내 가르쳐주지 않는다
“여보, 눈 열어”
서툰 잔말로 두 눈이 열릴 때면
어둠 한 점 없는 환한 세상이 열릴 것만 같아서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65 간밤에 내린 눈 이월란 2009.12.15 328
964 간이역 이월란 2008.05.09 289
963 간장종지 이월란 2008.05.09 322
962 간헐천 이월란 2008.09.13 218
961 갈증 이월란 2010.06.07 422
960 갈피 이월란 2010.11.24 346
959 감원 바이러스 이월란 2008.11.04 243
958 강촌행 우등열차 이월란 2010.06.07 662
957 같이 이월란 2008.05.10 220
956 개가(改嫁) 이월란 2009.02.08 268
955 개그 이월란 2010.07.19 422
954 개작(改作) 이월란 2009.03.21 241
953 갱신(更新) 이월란 2008.05.09 313
952 거부 이월란 2008.05.09 282
951 거울 이월란 2009.12.03 332
950 거울 속 페로몬 이월란 2009.03.21 332
949 걱정인형 이월란 2009.12.03 357
948 걸어다니는 옷 이월란 2008.05.10 272
947 걸어오는 사진 이월란 2009.01.13 342
946 겨울 갈치 이월란 2009.08.29 60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