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37
어제:
338
전체:
5,022,126

이달의 작가
2014.06.14 04:52

금단의 열매

조회 수 538 추천 수 5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금단의 열매


이월란 (2014-6)


서울 간 언니가 사다 놓은 냉장고 위의 바나나는
퇴근하는 아버지만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의 장바구니가 결코 흉내 낼 수 없었던
노란 정글의 맛
밀림 속 원숭이가 되어 휙휙 날아다니던
유년의 기억이 입맛을 다시면
더 이상 열대의 과육이 아닌
더 이상 씨 없는 과실이 아닌
애석해져버린 혀끝의 농간

울창해진 미각의 숲 속에서도
아침마다 노란 정글을 따먹는 남편은
비비의 긴 손가락으로 껍질을 벗기며
협박한다, 먹지 않을 거면 내 것만 살 거야
일주일에 일곱 개씩만
썩어서 버리는 건 지나간 세월만으로도 충분해

이제 난 저 열매를 가질 수 없다
하나라도 먹었다간
바나나보다 더 빨리 시드는 남편의 하루가 날아간다

냉장고 위로 기어오르던 원숭이가 떨어져 내리고
정글로 돌아 가버린 저 싱거운 맛이
아담과 이브의 사과보다 더 오래된 열망이
또 농간을 부리고 있다
알뜰한 당신 너머로 침이 고인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5 하늘이 무거운 새 이월란 2009.12.09 417
64 하얀 침묵 이월란 2008.05.08 344
63 하지(夏至) 이월란 2009.08.06 280
62 한 마음 이월란 2010.10.29 364
61 한 수 위 이월란 2010.07.19 534
60 한파 이월란 2010.12.26 385
59 할로윈 나비 이월란 2010.11.24 395
58 할머니의 시간 이월란 2009.04.21 300
57 함박눈 이월란 2008.12.17 299
56 합승 이월란 2010.05.18 337
55 해동(解凍) 이월란 2009.01.13 308
54 해바라기밭 이월란 2008.05.10 294
53 해질무렵 이월란 2008.05.09 336
52 해체 이월란 2010.09.06 381
51 해커 이월란 2009.04.22 291
50 햇살 무작한 날엔 이월란 2008.05.09 273
49 행글라이더 이월란 2010.01.04 386
48 행복사냥 이월란 2008.05.09 354
47 행복한 무기수 이월란 2008.05.10 287
46 향기로운 부패 이월란 2010.11.24 413
Board Pagination Prev 1 ...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