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었나
이월란(2014-8)
흔들리지도 않았는데
가볍지도 않았는데
중세의 그림처럼 암울했던 배경 너머
천연두의 발진처럼
곪아 터지던 꽃들이 있었다
손보다 발보다
먼저 달려가 있던 가슴을
매번 놓고 왔던 그 자리에
낯선 이들이 무심히
무리지어 사라지고
매일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선다
껍질처럼 벗겨진 허물만이 걸어간다
무거운 것이 툭, 떨어진 후
폐경
바람이었나
빈집
땅을 헤엄치다
눈 오는 날
귀성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바람과 함께 살아지다 2
동백 아가씨
야경
타임아웃
낙엽
부음
동물원을 베고 누운 고릴라
입양아
달팽이의 하루
사각지대로 가 주세요
가짜 귀고리
화상을 입다
난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