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65
어제:
176
전체:
5,020,866

이달의 작가
2014.10.22 04:19

귀성

조회 수 242 추천 수 2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귀성


이월란 (2014-10)


팔월의 보름이 바다를 건너오면
기억의 티켓을 끊고 성묘를 간다
물기를 닦아낸 가윗달을 비추면
앨범 사이로 걸어 나오는 주름진 미소
빈방을 지켜온 세월을 넘기길 때마다
명절 대목처럼 찬란했던
그들의 증빙서류가 너무 얇다
입체감이 없는 영혼을 만지며
오늘이 추석이래
나란히 죽은 빗돌 위에 앉으면
추풍령 고개 너머 눈물 닦은 바람이
넙죽이 절을 한다
교복 입고 열어보던 도시락처럼
혀에 익은 밑반찬이 차려지고
교과서 귀퉁이를 발갛게 적시던
김칫국물처럼 시큼해지는 언덕
꽃무늬 원피스로 물든
엄마의 마지막 단풍여행지에
뚝, 바닷물 한 점 떨어진다
늦가을처럼 살다간 땅 위에
비탈진 선산도 봄꽃을 피울까
바다에 빠진 귀성열차에 다시 기적이 울리면
혼혈의 손자가 태어나는 이승의 무성함을
다 안다는 듯
다시 인화되고 있는 저승의 얼굴
제물처럼 펼쳐진 사진 위에
둥근 달빛이 오래 앉아 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05 물 긷는 사람 이월란 2008.05.08 544
1004 그립다 말하지 않으리 이월란 2008.05.08 385
1003 그런 날 있다 이월란 2008.05.08 386
1002 이별을 파는 사람들 이월란 2008.05.08 464
1001 바람의 밀어 이월란 2008.05.08 376
1000 악몽 이월란 2008.05.08 446
999 비질 이월란 2008.05.08 363
998 꽃샘추위 이월란 2008.05.08 393
997 음모(陰謀) 이월란 2008.05.08 374
996 가을의 뒷모습 이월란 2008.05.08 389
995 불치병 이월란 2008.05.08 310
994 착각 이월란 2008.05.08 324
993 차라리 이월란 2008.05.08 311
992 이월란 2008.05.08 322
991 판토마임 이월란 2008.05.08 405
990 알기나 아니? 이월란 2008.05.08 372
989 평행선 이월란 2008.05.08 485
988 눈(雪) 이월란 2008.05.08 350
987 또 하나의 얼굴 이월란 2008.05.08 414
986 이 길 다 가고나면 이월란 2008.05.08 38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