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61
어제:
338
전체:
5,022,050

이달의 작가
2014.10.22 04:19

귀성

조회 수 242 추천 수 2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귀성


이월란 (2014-10)


팔월의 보름이 바다를 건너오면
기억의 티켓을 끊고 성묘를 간다
물기를 닦아낸 가윗달을 비추면
앨범 사이로 걸어 나오는 주름진 미소
빈방을 지켜온 세월을 넘기길 때마다
명절 대목처럼 찬란했던
그들의 증빙서류가 너무 얇다
입체감이 없는 영혼을 만지며
오늘이 추석이래
나란히 죽은 빗돌 위에 앉으면
추풍령 고개 너머 눈물 닦은 바람이
넙죽이 절을 한다
교복 입고 열어보던 도시락처럼
혀에 익은 밑반찬이 차려지고
교과서 귀퉁이를 발갛게 적시던
김칫국물처럼 시큼해지는 언덕
꽃무늬 원피스로 물든
엄마의 마지막 단풍여행지에
뚝, 바닷물 한 점 떨어진다
늦가을처럼 살다간 땅 위에
비탈진 선산도 봄꽃을 피울까
바다에 빠진 귀성열차에 다시 기적이 울리면
혼혈의 손자가 태어나는 이승의 무성함을
다 안다는 듯
다시 인화되고 있는 저승의 얼굴
제물처럼 펼쳐진 사진 위에
둥근 달빛이 오래 앉아 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5 바람이었나 이월란 2014.08.25 183
44 빈집 이월란 2014.10.22 187
43 땅을 헤엄치다 이월란 2014.10.22 205
42 길고양이 이월란 2014.05.28 348
41 눈 오는 날 이월란 2014.10.22 217
» 귀성 이월란 2014.10.22 242
39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월란 2014.10.22 172
38 바람과 함께 살아지다 2 1 이월란 2014.10.22 578
37 동백 아가씨 이월란 2014.10.22 421
36 야경 이월란 2015.03.30 106
35 타임아웃 이월란 2015.03.30 234
34 낙엽 이월란 2015.03.30 122
33 부음 1 이월란 2015.09.20 174
32 동물원을 베고 누운 고릴라 이월란 2015.09.20 187
31 입양아 이월란 2015.09.20 99
30 달팽이의 하루 2 이월란 2015.09.20 376
29 사각지대로 가 주세요 1 이월란 2016.09.08 110
28 가짜 귀고리 이월란 2016.09.08 115
27 화상을 입다 이월란 2016.09.08 304
26 난간에서 이월란 2016.09.08 126
Board Pagination Prev 1 ...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