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76
어제:
219
전체:
5,030,191

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7 13:41

장대비

조회 수 527 추천 수 7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장대비



                                      이 월란





살눈썹 사이로 잠든 눈이 세상을 일으키면
내 귓불에 입맞출 때만 암매(暗賣)하듯 속삭여주는
바라껍질 속에 가둬진 파랑(波浪)처럼
밀려오는 장대비 소리
바람난 아낙네 치마꼬리 붙들고 늘어지던
아이 입 틀어막은 손이 되어
숨통 조이며 소리없이 내리는 눈만
색태 없이 쌓이는 이경(異境)의 늪
고향의 장대비는 어린 날 노랗게 물든
물방울들이 기름방울처럼 매달려
그네를 타던 약국집 아이의 남상거리던 그
노란 레인코트 위에서 첫 물똥이 떨어진다
투닥투닥 기억을 두드리며 부르지 않아도
내리꽂히는 불망의 얼굴들
가르치지 않아도 한방울 두방울 부등켜 안고
폭염을 뒹구는 신들린 기억들
해아래 포성 지르며 부서져 날아간
약속의 언표들이 다시 비가 되어 내린다
도려내고도 싶은, 움켜쥐고도 싶은
옆에 있어야 할 보이지 않는 목소리
들리지 않는 모습
정강이까지 불어 휘적이던 걸음을 웅켜잡던
흙탕빛 물살이 곤죽이 되어
가슴을 묻고 그렇게 흘러가버렸어야 할
내 고향의 용슬한 고샅엔
학치 끝에서 붇기를 멈춘 작달비가
콩 볶는 소리로 어린 나의 맨땅을 치며
여윈잠 꿈속처럼 지금도 쏟아지고 있을까


                                  2007-02-06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 제1시집 그리움 이월란 2008.05.09 292
21 제1시집 중신(中身)의 세월 이월란 2008.05.09 294
20 제1시집 파도 이월란 2008.05.09 292
19 제1시집 동대문 이월란 2008.05.09 485
18 제1시집 어떤 진단서 이월란 2008.05.09 300
17 제1시집 오줌소태 이월란 2008.05.09 382
16 제1시집 들꽃 이월란 2008.05.09 304
15 제1시집 꿈길 이월란 2008.05.09 315
14 제1시집 당신, 웃고 있나요? 이월란 2008.05.09 302
13 제1시집 새벽길 이월란 2008.05.09 290
12 제1시집 파일, 전송 중 이월란 2008.05.09 369
11 제1시집 살아도 거기까지 이월란 2008.05.09 322
10 제1시집 빈가지 위에 배꽃처럼 이월란 2008.05.09 375
9 제1시집 삶은 계란을 까며 이월란 2008.05.09 415
8 제1시집 바람의 길 이월란 2008.05.09 378
7 제1시집 저 환장할 것들의 하늘거림을 이월란 2008.05.09 321
6 제1시집 바람의 길 2 이월란 2008.05.09 347
5 제1시집 동굴 이월란 2008.05.09 340
4 제1시집 바람서리 이월란 2008.05.09 330
3 제1시집 이월란 2008.05.10 33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Nex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