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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7 14:18

푸쉬킨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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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쉬킨(Pushkin)에게  



                                       이 월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삶이 우리를 속인 적이 있었던가요
늘 정확한 걸음으로 다가와
내가 있어야 할 그 자리에 어김없이
날 옮겨다 준 것이 삶이 아니었던가요


때때로 약속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이
나도 간간이 그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를 기다리게도
지치게도
저버리기도 했지만
삶은 결코 나를
기다리게도
지치게도
저버리지도 않았습니다


선묘하게 그어진 손금처럼 타고난 인자따라
걸어온 보폭만큼만
내가 가진 그릇 만큼만 정확히
배급 받은 것이 삶이 아니던가요


갓난아이 때부터 받은 사랑의 농도
항아리에 채워진 물처럼
삶이 흔들릴 때마다 채워진 꼭 그만큼만
정확히 떨어뜨려 주었고


안온한 현실과의 타협으로 외면했던
나의 순수와 진실
투명한 어망으로 드리워져
다음날 혹은 십년 후
언젠가는 꼭 나를 옭아매는 것이
잔인하리만큼 올곧은 삶의 복수였지요


나의 과거가 그대로 투영되는
끔찍한 미래의 복사 작업
무시해버려도 그만일 나 하나조차
삶은 속이지 못했습니다.
한번쯤 건너뛰어주길 간절히
간절히도 바랬었지요
한번쯤 실수로라도 눈감아주길
애절한 눈물로 기도했었지요


표정없는 얼굴로도 저울에 단듯한
적량의 미소와 눈물을 어김없는 시간에
배달해 주고 있는
바로 그 삶에게 붙들린 나의 두 손
눈밭을 맨발로 걸어도 시리지 않음은
나의 어깨 위에 햇살처럼 걸터앉아 동행하는
목숨같은 삶의 정직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2007-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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