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86
어제:
290
전체:
5,023,489

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9 09:54

꽃처럼

조회 수 359 추천 수 3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꽃처럼



                                                                                         이 월란




말없이 피었다 말없이 지는 꽃이어야 했다
허잡스런 꽃처럼 태어났으면서 난 왜 오늘도 그렇게 살아내지 못하는가
떠나기 위해 부지런히 오는 사람들, 이별을 위해 쉬지 않고 만나는 사람들
범죄소설을 쓰기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백치가 되기로 한다
오늘 하루만


뷰잉* 하는 날, 화려한 관속의 회칠한 시신을 보고도 난 눈물 한방울 흘리지 못했다
삶의 농간에 투신하는 자아를 붙들고, 헛디뎌 신음하는 감성을 나무라고 있다
이 많은 날들 중 오늘 하루쯤 곁눈의 착시현상에 몸을 맡기기로 한다


내일도, 나의 그늘 속으로 굴절되어 들어오진 못할 내일의 태양을 기다려보기로 한다.
아주 많이 고통스러웠다는 건 살아갈 앞으로를 위해선 때론 다행인거다
고한(苦恨)의 감내가 만성이 되어간다는 것 또한 때론 편리하다
참혹한 이별이 주는 쓰라림은 때론 쓸모있다. 멀쩡한 사람 픽픽 쓰러져 죽어가는 마당에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과의 그런, 이별 위에 이별이 더해진들 꿈쩍도 안할테니까

난 자꾸만 독해지고 있다
나를 살리기 위해
나를 죽이기 위해

                                                                                          2007-03-22




* 뷰잉(Viewing) : 영결식에서 조문자가 고인을 대면하는 절차. 반쯤 열린 화려한 관속에 엷은 화장을 한 시신이 잠자듯 누워있고 조문자들이 차례로 관위에 꽃을 두며 작별인사를 함.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2 제1시집 가시내 이월란 2008.05.09 315
81 제1시집 경계인 이월란 2008.05.09 337
80 제1시집 고백 이월란 2008.05.09 318
79 제1시집 고엽 이월란 2008.05.09 268
78 제1시집 골목길 이월란 2008.05.09 311
77 제1시집 공사다발지역(工事多發地域) 이월란 2008.05.09 392
76 제1시집 그대 내게 다시 올 때에 이월란 2008.05.07 702
75 제1시집 그리움 이월란 2008.05.09 292
74 제1시집 그리움 하나 이월란 2008.05.09 358
73 제1시집 그리움은 강이 되어 흐르게 하라 이월란 2008.05.09 385
72 제1시집 그리워라 이월란 2008.05.09 290
71 제1시집 길손 이월란 2008.05.09 321
» 제1시집 꽃처럼 이월란 2008.05.09 359
69 제1시집 꽃처럼2 이월란 2008.05.09 253
68 제1시집 꿈길 이월란 2008.05.09 315
67 제1시집 낭연(狼煙) 이월란 2008.05.09 329
66 제1시집 너의 이름은 이월란 2008.05.09 402
65 제1시집 당신, 웃고 있나요? 이월란 2008.05.09 302
64 제1시집 당신에게도 이월란 2008.05.09 283
63 제1시집 동굴 이월란 2008.05.09 34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Nex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