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39
어제:
338
전체:
5,022,228

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9 10:13

수평선

조회 수 373 추천 수 4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평선



                                                                         이 월란





해저의 이슥한 땅켜아래 외면당한 천성(天性)을 거두고
낙오된 *탯덩이를 건져내어 비산(飛散)하는 물살에 태워보내면
항간의 잡음을 일말의 소실점으로 몰각해버린 바다의 언어가
포말로 소생시키며 수평으로 누워 어진 몸짓으로 화답한다  
극정(極頂)에 닿기 무섭게 허물어지던 그 욕정의 잔재처럼
피어날 때부터 져야함을 배워야만 했기에
만날 때부터 헤어짐을 준비해야만 했기에
가만히 서 있어도 부유(浮遊)하는 군중 속의 마네킹이 되어
천개의 가슴들이 속절없이 뜯기우고 만
비창(悲愴)의 마음까지 한가닥씩 솎아내어
모반의 세월을 꿇어 앉히고, 베틀에 엮어내어 태양빛 *우테를 짜 입고
멍하니 서 있어도 살아지고 밟아지는 금쪽같은 인생길
은폐된 열정의 응어리를 모아 *토우(土偶)에 묻힌 가슴
저 하늘 덧없는 가슴에 속절없이 접붙여 보리
산발한 가슴은 빗질하고 비루(鄙陋)한 육신은 말갛게 씻기워
하늘과 나란히 누워 꿈틀대는 전신을 맞대어 보리
작열하는 선지빛 햇덩이를 목젖 태우며 삼켜도 보리
허공에 떠도는 곡조 잃은 음률들을 수평선의 수술대 위로
끌고 올라가 배은(背恩)의 가락들을 일사불란하게 잠재워도 보리
결코 닿지 않았건만, 60억의 가슴들이 맞닿아 있다고 우격다짐하는
저 수평선의 간극 너머 팔을 내밀어도 보고
하늘과 맞닿아 함초롬히 누워도 보리
하늘의 정인(情人)이 되어
세파의 고배로 축배를 들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도 보리

                                                                      
                                                                          2007-04-02





* 땅켜 : 지층(地層)
* 탯덩이 : 아주 못생긴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 우테 : 옷의 방언 (황해도, 평안도)
* 토우(土偶) : 흙으로 만든 사람이나 동물의 상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2 제1시집 호접몽(胡蝶夢) 이월란 2008.05.09 453
81 제1시집 현실과 그리움의 경계 이월란 2008.05.08 399
80 제1시집 해빙기(解氷期) 이월란 2008.05.09 345
79 제1시집 한글교실 이월란 2008.05.07 441
78 제1시집 핑계 이월란 2008.05.09 320
77 제1시집 플라네타륨의 꽃 이월란 2008.05.09 294
76 제1시집 푸쉬킨에게 이월란 2008.05.07 510
75 제1시집 페인트 칠하는 남자 이월란 2008.05.09 344
74 제1시집 파일, 전송 중 이월란 2008.05.09 369
73 제1시집 파도 이월란 2008.05.09 292
72 제1시집 탑돌이 이월란 2008.05.07 412
71 제1시집 침략자 이월란 2008.05.09 271
70 제1시집 질투 이월란 2008.05.08 381
69 제1시집 증언----구시대의 마지막 여인 이월란 2008.05.09 394
68 제1시집 중신(中身)의 세월 이월란 2008.05.09 294
67 제1시집 중독---詩들의 병동에서 이월란 2008.05.09 329
66 제1시집 저 환장할 것들의 하늘거림을 이월란 2008.05.09 321
65 제1시집 장대비 이월란 2008.05.07 527
64 제1시집 잔풀나기 이월란 2008.05.07 570
63 제1시집 의족(義足) 이월란 2008.05.07 52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Nex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