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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9 10:30

부음(訃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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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음(訃音)



                                                                     이 월란



하늘과 땅이 간단히 자리바꿈을 했다
물구나무를 서 있는 것도 아닌데
강토를 뒤덮은 구름을 디딜 때마다 휘청거렸고
발이 빠져 고꾸라져버렸다
천공을 뒤덮은 땅은 흙비를 내리며 심장을 향해
살갗을 강타하고 있다
그래서 물구나무를 서서 걸어가기로 한다
전신을 달구던 피는 빙점 위에서 냉각기를 뛰어넘으려
발을 구르며 소용돌이를 쳐대다가
경계경보도 없이 울려버린 공습 사이렌 소리에
놀란 듯 역류하며 정수리로 모여든다
뇌수로 모여든 기억들은 파업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사랑>이라는,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그 혈서같은
플래카드만이 바람에 농간을 당하고 있다
만춘에 내리는 정신없는 눈발에 침노당한 평화의 땅은
목이 댕강 달아난 꽃들로 선혈이 낭자하다
구겨진 파지 속 버려진 언어들이 짐처럼 부려놓은 얼굴
손목이 부러지기 전까진 물구나무를 서서 걸어가야 할 것이다
눈물이 내 발등을 찍는 일 따윈 없을테니까
우직한 이성의 갈퀴는 여린 감성의 올무를 투두둑 끊어내고 있고
하늘과 땅은 합법적으로 타협을 시도하고 있다
서로 못할 짓 아니겠는가


이별과의 서투른 상봉
그는 죽었다

                                                                   2007-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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