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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9 10:35

섬이 너를 부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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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 너를 부르거든


                                                          
                                                                    이 월란




섬이 너를 부르거든 지체말고 가거라
뭍의 얼룩을 지울 때까지 머물 순 없나니
군중 사이 찌든 땟물 가슴 절이는 미련뿐일지라도
우둔한 삶이 너의 바짓가랑이를 붙들지라도
승리 보장된 전투에 출정하는 씩씩한 융사(戎士)처럼
그렇게 가거라
해구의 후미진 곳에 웅크린 너의 숨은 가슴 마저 쓸어담아
해분에 게워낸 토악물 훔친 소매로 눈물 닦지도 말고
피붙이의 손을 뿌리치고 병인(病人)도 의백(醫伯)도 없는 무의촌
정기선의 출항 시간표도 붙어있지 않은 그 곳으로
침수된 시름, 펼친 열손가락으로 건져내어 옆구리에 차고
돌아오는 뱃길 그어 놓을 필요도 없는 그 곳으로
오한의 날들이, 땀으로 멱을 감던 그 폭염마저 그리워 할 날
없지 않으리마는
서늘맞이 하는 환희의 고개를 들고 두 손 모아 고립의 문을 열자
외딴 섬 연명하던 나무 한그루, 가지마다 휘어지도록
승전의 월계관 흔들리는 시린 능선 위에 너의 이름 석자 새겨져있나니
홀로 태어나 홀로 가는 통보된 물위의 길
그린란드의 등줄기에 생의 시름이 누이는 날
따라온 바다줄기도 일없다 돌아서리니
마그마처럼 흘러내리던 지난날의 고초 해열에 식히며
홀로된 넋을 부르며 그렇게, 너의 섬으로 돌아가거라
                                        

                                                                         2007-04-15



* 그린란드(Greenland) : 〖지명〗대서양과 북극해 사이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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