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06
어제:
176
전체:
5,020,907

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9 11:09

무정물(無情物)

조회 수 349 추천 수 3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무정물(無情物)


                                                                이 월란




오늘 하루쯤 정물이 되어 보기로 하네
쇠털 같은 날들 한 가닥쯤 뽑아 허비해 버리고 싶다네
째깍째깍 세월은 정물이 된 나도 잘도 싣고 가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눈도 깜짝치 않고 치기를 부리는 내게도
세월의 붓촉은 어김없이, 친절히도 흔적을 남겨놓을 것이네
세세히 주름을 새겨넣을 것이며 살갗을 잡아당겨 늘여놓을 것이네
명주실같은 머리털의 윤기도 한번쯤 핥아내어 줄 것이며
손톱 곪는 줄은 알아도 염통 곪는 줄은 모르는 나의
탱탱한 오장육부마저 한번 쥐었다 놓고 갈 것이네
정물로 앉아 있어도 머리칼에, 손톱에, 발톱에
후박한 빚장이가 떨구고 간 이자처럼 달아놓고 갈
세월자욱이 콕콕 눈을 찔러 올 것이네
온몸에 쥐가 돋아 이제 세월을 자르러 가네
머리칼을 잘라내고 손톱을 잘라내고 발톱을 잘라내어도
잘래미 이잡아 먹듯 어김없는 오토의 세월이
홰에서 떨어진 새처럼 떨어뜨리고 간 유치(乳齒) 하나
뽑아내지도, 잘라내지도 못해
알짝지근 쑤셔대며 가슴밭에 박혀 있기도 할 것이네


                                    
                                                             2007-04-26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2 제1시집 해빙기(解氷期) 이월란 2008.05.09 345
41 제1시집 바람의 길 2 이월란 2008.05.09 347
» 제1시집 무정물(無情物) 이월란 2008.05.09 349
39 제1시집 그리움 하나 이월란 2008.05.09 358
38 제1시집 꽃처럼 이월란 2008.05.09 358
37 제1시집 실낙원 이월란 2008.05.09 359
36 제1시집 연(鳶) 이월란 2008.05.08 361
35 제1시집 파일, 전송 중 이월란 2008.05.09 369
34 제1시집 모놀로그----진실게임 이월란 2008.05.09 372
33 제1시집 수평선 이월란 2008.05.09 373
32 제1시집 빈가지 위에 배꽃처럼 이월란 2008.05.09 375
31 제1시집 바람의 길 이월란 2008.05.09 378
30 제1시집 질투 이월란 2008.05.08 381
29 제1시집 오줌소태 이월란 2008.05.09 381
28 제1시집 그리움은 강이 되어 흐르게 하라 이월란 2008.05.09 385
27 제1시집 시나위 이월란 2008.05.09 388
26 제1시집 봄의 넋 이월란 2008.05.08 389
25 제1시집 이월란 2008.05.08 390
24 제1시집 공사다발지역(工事多發地域) 이월란 2008.05.09 392
23 제1시집 증언----구시대의 마지막 여인 이월란 2008.05.09 39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Nex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