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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9 11:14

실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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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낙원


                                                                         이 월란




에덴의 진공상자는 늘 숨이 막혀  
무흠한 낙원은 나락 아래 있는 자만이 섧도록 깨우치는 진리라
난 너에게, 내가 잃어버린 낙원을 주고 싶었는데
요망한 배암은 짜여진 각본대로 알토란같은 역을 해내었고
반항의 결말에 무릎 꿇어 보고서야 순종의 길을 갈 수 있다던
나의 두 팔 속에 쏙 들어오던 나의 작은 아가야
이제 날개를 펴 아름다운 너의 실낙원으로 가렴
귀고리는 귓불에만 달리는 줄 아는 엄마에게서
배꾸미에 달린 너의 귀고리 달랑이며
너의 아담이 풀잎 뜯어 가린 알몸으로 너를 기다리는 파라다이스로
우린 어차피 뱀의 혀놀림을 이정표 삼아 달려가는
피를 나누어 마신 낙원의 무단횡단자들인걸
옥타브에 닿지도 못하는 엄지와 새끼손가락으로 쇼팽의 녹턴을 연주하던
너의 허상을 움켜쥐고 나의 유토피아에 너의 무덤을 팠었나
판테온 신전의 찬연한 대리석 무늬 열심히 베껴내었고
화려한 열두기둥 썩은 이 빠지듯 뽑혀와 나의 낙토에 심어질 줄 알았나
우린 실낙원의 초독의 자유를 택한 우미하고도 아름다운 백성
선악이 달큼하게도 영근 고통의 열매로 가지 휘어진
자유의 나무를 향해 달려가야만 하지
오늘 금단의 열매를 따서 꿀보다 더 달콤한 사랑으로 이별을 뱉어내더라도
하루치의 사랑에 목을 매고 평생어치의 이별로 눈물짓더라도
우린 낙원에서 추방당한, 눈 멀어 유리걸식하는 벌거벗은 비렁뱅이
낯선 나르시시즘을 끌어안고 매일 정사를 벌이며
낙원으로 돌아올 너에게 전해 줄 나무 십자가를 깎고 있는 오늘
나는, 너의 하나님이 되어 줄께

                                                      
                                                                        2007-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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