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9
어제:
298
전체:
5,023,796

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9 11:49

페인트 칠하는 남자

조회 수 344 추천 수 1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페인트 칠하는 남자


                                                            이 월란





축구공만한 페인트통에 바다를 퍼 왔다
삶의 햇살에 찌들어 갈라진 황토빛 지붕 위에 앉아
육신의 허리에 심어진 가훼들이 베어지고
청초했던 푸새들도 뽑히어져 황토가 뻘같이 드러나버린
그의 건토에 이제 도도히 바다를 심고 있다
기와지붕 텃밭에 이맛전의 주름살같은 고랑을 파고
한 이랑 한 이랑 뇌수의 꿈조각같은 씨앗을 뿌린다
노가리 한 감청색 홀씨는 바람을 먹고 자랄 것이다
파란 심줄이 돋아난 손목에 쥐어진 붓이 움직일 때마다
쏴아아 쏴아아 파도소리를 내고
사다리를 옮겨 놓을 때마다 철썩철썩 파도가 솟구친다
이마 위의 땀을 닦을 때마다 끼륵끼륵 바다갈매기가 날아가고
하얀 수말이 암벽에 부딪히듯 그의 60평생 뱃전을 두드린다
잠시 고개 든 시선은 정확한 나란히금으로 수평선을 그어
동색의 하늘을 정확히 갈라놓는다
옥개석 가에 둘러쳐진 비닐커버들은 흰포말되어 바람에 나부끼고
뱃전 너머에 총총히 심어진 바다는
가을 아침 햇살에 고기비늘처럼 반짝인다
저 작업이 끝나면
저 남자는 출렁이는 바다 위에 누워 타원형 널빤지를 타고
정년의 여생을 실어 파도타기를 할 것이다
새벽별들은 늙은 등대수가 된 그의 욱신대는 뼈마디마다 내려와
등대불되어 반짝여도 줄 것이다
아침이면 그는 수역으로 둘러싸인 백파의 바다에 뜬
별보다 먼 절해의 외딴섬이 되어 있을테니까

                                        
                                                            2007-05-21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2 제1시집 울초 이월란 2008.05.08 450
61 제1시집 오줌소태 이월란 2008.05.09 382
60 제1시집 연(鳶) 이월란 2008.05.08 361
59 제1시집 어떤 진단서 이월란 2008.05.09 300
58 제1시집 아름다운 비상(飛上) 이월란 2008.05.09 219
57 제1시집 심발지진 이월란 2008.05.09 321
56 제1시집 실낙원 이월란 2008.05.09 359
55 제1시집 시나위 이월란 2008.05.09 388
54 제1시집 수화(手話) 이월란 2008.05.09 409
53 제1시집 수평선 이월란 2008.05.09 373
52 제1시집 세월이여 내 사랑만은 이월란 2008.05.07 537
51 제1시집 섬이 너를 부르거든 이월란 2008.05.09 336
50 제1시집 이월란 2008.05.08 390
49 제1시집 새벽길 이월란 2008.05.09 290
48 제1시집 삶은 계란을 까며 이월란 2008.05.09 415
47 제1시집 살아도 거기까지 이월란 2008.05.09 322
46 제1시집 사진 이월란 2008.05.09 290
45 제1시집 사명(使命) 이월란 2008.05.07 412
44 제1시집 빈가지 위에 배꽃처럼 이월란 2008.05.09 375
43 제1시집 비상 -------- 프론티어 1177W기, 좌석 14-D 에서 이월란 2008.05.09 34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Nex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