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51
어제:
176
전체:
5,020,952

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9 13:52

삶은 계란을 까며

조회 수 415 추천 수 1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삶은 계란을 까며



                                                               이 월란





삶은 계란의 묵직한 느낌이 좋다
“生”이라는 죽어가는 희망에 갇힌 곡피 속에서
뭉클뭉클 흔들리던 생이별
덩이진 생계란의 낭창거리던 흔들림이 말소된어버린
체념된 희망수표같아 차라리 편안하다
절망 앞에 고즈넉이 눈을 감은 회한의 얼굴이다
번뇌의 장애를 뛰어넘은 표정이다
병아리가 되지도 못할 굼뜬 결창같이 아리던 것들
이제는 응고되어버린 선택없음의 여유도 좋다
아기주먹만한 옴나위 속에서 내장으로 꿈틀대던 아픈 미몽들
이제, 껍질을 벗기자면 균열이 필요하다  
눈 맑은 내 아이의 이마에 쳐서 눈 흘기며 웃어도 좋고
일상의 각진 모서리에 콕콕 찍어도 좋고
이젠 만성으로 두다리 편 널찍한 테이블에 살짝 떨어뜨려도 좋겠다  
부화는 늘 그렇게 어딘가의 균열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던가
눈자위꺼진 영세(永世)의 부화(孵化)조차도 말이다
둔부 속 기실의 기포가 숨통의 흔적으로 남아
절맥(絶脈)후에도 마지막 신선도를 유지하려
하늘을 보던 뭉툭한 그 눈빛조차 아파와도
한 때는 신비한 생명의 커튼이었을 난각막에 손톱을 밀어넣고
실명(失命)하고도 일만여개의 숨구멍으로 호흡하던
흰자와 노른자 사이에
문신으로 남은 초록빛 유황이 생소해도
이제 남은 반원의 껍질마저 훌러덩 벗겨질까
겁에 질린 중년여자
단단한 운명이란 껍질에 미물의 난각막으로 달라붙어
이력이 난 지금에사
순하게 붙들고 속살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2007-07-24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2 제1시집 증언----구시대의 마지막 여인 이월란 2008.05.09 394
41 제1시집 불꽃놀이 이월란 2008.05.09 265
40 제1시집 침략자 이월란 2008.05.09 271
39 제1시집 아름다운 비상(飛上) 이월란 2008.05.09 219
38 제1시집 고엽 이월란 2008.05.09 268
37 제1시집 섬이 너를 부르거든 이월란 2008.05.09 336
36 제1시집 부음(訃音) 이월란 2008.05.09 428
35 제1시집 망부석 이월란 2008.05.09 318
34 제1시집 고백 이월란 2008.05.09 318
33 제1시집 공사다발지역(工事多發地域) 이월란 2008.05.09 392
32 제1시집 그리움은 강이 되어 흐르게 하라 이월란 2008.05.09 385
31 제1시집 수평선 이월란 2008.05.09 373
30 제1시집 호접몽(胡蝶夢) 이월란 2008.05.09 453
29 제1시집 봄이 오는 소리 이월란 2008.05.09 336
28 제1시집 중독---詩들의 병동에서 이월란 2008.05.09 329
27 제1시집 해빙기(解氷期) 이월란 2008.05.09 345
26 제1시집 낭연(狼煙) 이월란 2008.05.09 329
25 제1시집 꽃처럼 이월란 2008.05.09 358
24 제1시집 그리움 하나 이월란 2008.05.09 358
23 제1시집 경계인 이월란 2008.05.09 33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Nex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