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34
어제:
1,016
전체:
5,020,059

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9 14:09

동굴

조회 수 340 추천 수 4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동굴



                                                     이 월란




어둠이 오면 동굴이 되는 사람들
태몽 속에서 유산되지 않을 목숨을 키운다
내일이면 방생할 몸
재난을 대비하려
새로운 가면이 벽에 걸리고
수의(壽衣)를 준비하듯 내일 입을 옷을 꺼내어둔다
염(殮)하듯 구석구석을 씻어낸 후
관속에 눕듯
정결히 누워 죽음을 연습한다
두려움에
그리움의 외줄을 타는 광대놀이
환한 빛 아래 중성이어야 했던 그들, 마음놓고
암컷이 되고 수컷이 된다
가뭄을 익혀 눈물병에 물을 저축하고
태양을 복제한 백열등 아래 진창길 육신을 말리며
무릎 오그린 태중의 모습으로
양수같은 어둠에 안기면
기어코 날짐승이 되어
가슴에 사다리를 놓고 별을 따러 올라간다
꽃이 되고
바람이 되고
안개가 되고
하늘로 쏟아져 올라가는 사람들의 빗소리
포도(鋪道)의 기승에서 도망친 사람들은
어둠의 낭하(廊下)에서 차라리
행복해지고 마는 것이다
서러운 금단(禁斷)의 순간이 날아다닌다
페시미즘의 지병을 다스리는 소리
농밀한 어둠과 동침에 들어가는
동굴 속


                                               2007-07-28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2 제1시집 모놀로그 서문/ 황금찬 file 이월란 2016.08.15 64
81 제1시집 모놀로그 / 표4글, 시인의 말 file 이월란 2016.08.15 334
80 제1시집 이월란 2008.05.10 338
79 제1시집 바람서리 이월란 2008.05.09 330
» 제1시집 동굴 이월란 2008.05.09 340
77 제1시집 바람의 길 2 이월란 2008.05.09 347
76 제1시집 저 환장할 것들의 하늘거림을 이월란 2008.05.09 321
75 제1시집 바람의 길 이월란 2008.05.09 378
74 제1시집 삶은 계란을 까며 이월란 2008.05.09 415
73 제1시집 빈가지 위에 배꽃처럼 이월란 2008.05.09 375
72 제1시집 살아도 거기까지 이월란 2008.05.09 322
71 제1시집 파일, 전송 중 이월란 2008.05.09 369
70 제1시집 새벽길 이월란 2008.05.09 290
69 제1시집 당신, 웃고 있나요? 이월란 2008.05.09 302
68 제1시집 꿈길 이월란 2008.05.09 315
67 제1시집 들꽃 이월란 2008.05.09 304
66 제1시집 오줌소태 이월란 2008.05.09 381
65 제1시집 어떤 진단서 이월란 2008.05.09 300
64 제1시집 동대문 이월란 2008.05.09 485
63 제1시집 파도 이월란 2008.05.09 29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Nex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