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83
어제:
142
전체:
5,026,326

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5.10 08:34

가을짐승

조회 수 251 추천 수 2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을 짐승


                                                         이 월란




귀소본능에 충실한 가을 짐승 한 마리
하면(夏眠)에서 깨어나 어슬렁 어슬렁 우리로 돌아 온다
외진 가슴의 서식처에 둥지를 틀면
약삭빠른 것들이 잇속을 따라 애바르게 빠져나간 곳에
약속이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곳에
폐교된 운동장을 방향 없이 휩쓸고 다닐 낙엽을 낳고
발길에 채인 넋을 사료처럼 먹고 자라는 짐승
가을은 왜 네발 짐승의 울부짖음으로
우우우우우 오고 있나
호명되지 못할 설움 다비(茶毘)에 부치고도
고개드는 기진한 한줄기 소망
--이쯤에서 날 그만 놓아주렴--
폐허의 무게는 살찐 네발 짐승의 몸집으로 짓누르고
기억 저편에서 낯선 기적이 울면
빛의 그물 소리없이 걷어내어지는 소상(素商)의 늪
비릿하게 날아오는 익명의 향기아래
설컹대는 설익은 가슴 무시로 미어지는
어느 한 저녁엔 날 잡아 실컷 울어보아도 될 일
뜨거운 세월을 관통한 가을의 불화살
저 산허리를 이유도 없이 지져놓을 것을

                                    
                                                        2007-08-28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7 제2시집 그곳엔 장마 이월란 2008.06.18 241
56 제2시집 포효 이월란 2008.06.13 242
55 제2시집 도망자 이월란 2008.05.10 243
54 제2시집 비행정보 이월란 2008.05.10 245
53 제2시집 휴거 이월란 2008.05.12 246
52 제2시집 숲길을 걸으면 이월란 2008.07.26 246
51 제2시집 봄밤 이월란 2008.05.10 248
50 제2시집 탈놀이 이월란 2008.08.11 248
49 제2시집 봄의 가십 이월란 2008.05.10 250
» 제2시집 가을짐승 이월란 2008.05.10 251
47 제2시집 꽃씨 이월란 2008.05.10 251
46 제2시집 목소리 이월란 2008.05.10 252
45 제2시집 바람의 길 4 이월란 2008.05.10 253
44 제2시집 아침의 이별 이월란 2008.06.12 253
43 제2시집 부메랑 이월란 2008.07.11 253
42 제2시집 꿈꾸는 나무 이월란 2008.05.29 256
41 제2시집 할러데이 편지 이월란 2008.08.31 257
40 제2시집 사랑 4 이월란 2008.05.10 258
39 제2시집 동목(冬木) 이월란 2008.05.10 260
38 제2시집 로란 (LORAN) 이월란 2008.07.16 26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