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34
어제:
184
전체:
5,020,659

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5.10 08:34

가을짐승

조회 수 251 추천 수 2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을 짐승


                                                         이 월란




귀소본능에 충실한 가을 짐승 한 마리
하면(夏眠)에서 깨어나 어슬렁 어슬렁 우리로 돌아 온다
외진 가슴의 서식처에 둥지를 틀면
약삭빠른 것들이 잇속을 따라 애바르게 빠져나간 곳에
약속이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곳에
폐교된 운동장을 방향 없이 휩쓸고 다닐 낙엽을 낳고
발길에 채인 넋을 사료처럼 먹고 자라는 짐승
가을은 왜 네발 짐승의 울부짖음으로
우우우우우 오고 있나
호명되지 못할 설움 다비(茶毘)에 부치고도
고개드는 기진한 한줄기 소망
--이쯤에서 날 그만 놓아주렴--
폐허의 무게는 살찐 네발 짐승의 몸집으로 짓누르고
기억 저편에서 낯선 기적이 울면
빛의 그물 소리없이 걷어내어지는 소상(素商)의 늪
비릿하게 날아오는 익명의 향기아래
설컹대는 설익은 가슴 무시로 미어지는
어느 한 저녁엔 날 잡아 실컷 울어보아도 될 일
뜨거운 세월을 관통한 가을의 불화살
저 산허리를 이유도 없이 지져놓을 것을

                                    
                                                        2007-08-28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7 제2시집 詩똥 이월란 2008.05.10 316
76 제2시집 가등 이월란 2008.05.10 206
75 제2시집 가연(佳緣) 이월란 2008.07.20 267
74 제2시집 가을나목 이월란 2008.05.10 380
» 제2시집 가을짐승 이월란 2008.05.10 251
72 제2시집 고요를 물고 날아간 새 이월란 2008.05.21 356
71 제2시집 곱사등이 춤 이월란 2008.05.10 370
70 제2시집 광녀 이월란 2008.05.10 298
69 제2시집 군중 속에서 이월란 2008.07.14 264
68 제2시집 그곳엔 장마 이월란 2008.06.18 241
67 제2시집 그리움의 제국 이월란 2008.06.17 227
66 제2시집 김칫독을 씻으며 이월란 2008.06.03 228
65 제2시집 까막잡기 이월란 2008.09.16 280
64 제2시집 꽃씨 이월란 2008.05.10 251
63 제2시집 꿈꾸는 나무 이월란 2008.05.29 256
62 제2시집 꿈의 투사들이여 이월란 2008.05.10 352
61 제2시집 나쁜 詩 이월란 2008.05.10 265
60 제2시집 넘어지는 세상 이월란 2008.05.19 411
59 제2시집 노안 이월란 2008.05.10 342
58 제2시집 노을 1 이월란 2008.05.10 30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