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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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5.10 10:33

꿈의 투사들이여

조회 수 352 추천 수 1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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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투사들이여
               -------------- 외국어대학 경제학과 수강생들에게


                                                                                 이 월란




찬 겨울 바람 속에서도 날빛에 쪼인 듯 후끈하던 연당(蓮塘)
혹한의 살얼음 위에서도 수련(睡蓮)이 만발했지
기억의 바람이 소슬소슬 말을 걸어와도 난 이제 알아듣지 못해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젊음의 영토에서
그들과 합류할 수 없는 영원한 이방인


낯선 새내기 여류시인의 어살궂은 강의에도
간간이 무엇인가를 받아 적던 열지의 눈빛들
강의 중에 바삐 만들었을 사진과 들꽃 한다발
순간의 인연에도 열정을 놓지 않는 앳된 투사들 앞에서
중년의 가난테미를 잠시 벗어 놓았었지


복수전공을 준비하려, 미시와 거시경제학을 공부하려
그들이 알처럼 품고 있는 꿈의 서식처에서 맥주잔을 나누시던 교수님
부딪쳐 흘러 넘치던 거품 속에서
상상의 날개 위에 사랑의 깃털을 하나하나 꽂아 주시던 스승
왁자한 웃음과 빛나던 눈망울 속에서 두바이의 꿈의 왕국을 보았을까
가슴마다 그려지는 은하의 테마파크를 보았을까


젖내나던 꽃잎살 미소들이
검증받지 못한 엄마 품에서도 방글방글 웃던
내 아기의 배내웃음같아 꼬옥 안아주고 싶었는데
그들은 이미 폭풍을 꿈꾸는 잠자는 나무라
일어나 눈뜨고 벌어질 세상을 내 헤픈 입술로 말 할 수 없어
내 작은 가슴으로 담아낼 수 없어
무너뜨릴 현실의 두께를 내 작은 두 손으로 가늠할 수 없어
그들 안에 잠자는 거인의 눈높이를 내 낮은 키로 맞출 수 없어


저 하늘의 별을 향해 이제 막 출항하는 선장들이여
수평선을 지나 뭉게구름을 타고 닻을 내릴 그 날까지
미래와의 열애로 열병을 앓기를 주저하지 말기를
때론 정처없는 마음의 방랑을 자처하기를
어두운 곳의 등불이 되기 위해 고뇌하기를
후회 없이 사랑하고 후회 없이 이별하기를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반섬 위에 그들의 작은 두 발로
자이언트의 발자국을 남길 것이라
돌진하는 비마의 발굽으로 운명을 패고 무지개빛 황사를 일으킬 것이라
돌연한 시선마다 입때 보지 못한 미지의 색조로 꽃다히 필 것이라
변절의 세상 위에 꿈의 쿠데타를 일으켜 불새처럼 날 것이라


미래의 초대장을 노을소리 오르는
슬슬한 가슴에 환하게 걸어두고
나 기다리겠네
꿈의 문이 열리는 그 날까지

                                      
                                                     2007-12-13 (초빙특강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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