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37
어제:
261
전체:
5,028,555

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5.10 11:16

등라(藤蘿)

조회 수 343 추천 수 1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등라(藤蘿)


                                                              이 월란




너도 나도 등마루 곧추 세워 하늘로 솟구치는 세상
해진 앞섶으로 젖은 길 닦으며 가는 날 있었겠다
살대 하나 없이 허공을 사는 올곧은 등뼈들이 서러워
가슴 무너지는 날도 지냈겠다
휠체어같은 버팀목에 앉아야만 하는 느물대는 가닥이 억울해
심장 부서지는 날도 살았겠다
감싸 안아야만 하는 수직의 장애를 만날 때까지
해토의 시린 땅을 배로 기는 버러지가 되어
백태 낀 혓바닥으로 행인들의 발자국을 핥았겠고
바닥에 길들여져 그늘을 주우며 살아왔겠다
누군가에게 기생해야만 자라는 목숨이 버거워
누추한 영혼의 집안으로 뒤엉키기도 했었고
함부로 허공 한 줌을 침범치 못해
기진한 듯 담장에 붙들린 행로에 만족하며
울끝까지, 맘끝까지 어루만지고서야
통회하고 자복하는 겸손의 성지를 쌓았으리
한번 맺은 인연 위에 잎새의 모티브를 따라
거친 살비듬 덮어가는 저 묵언수행을 당해냈으니
햇귀처럼 뻗치는 수맥을 다독여
무수한 허공의 길을 해독하려 들지도 않고
눈 잃어 점자책 더듬듯 가로막힌 담장을
경전처럼 읽어올라 갔으리
천혜의 절벽도 타고 오를 암벽 등반가가 되어
영험한 순종의 도(道)로 벽마다 초록 문신을 새기고
넌출 덮인 담장 사이를 걸어가는 귀밝은 사람들에게
무림의 숨소리 대신 전해주는 저 숲의 압축파일

                                  
                                                       2008-01-20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7 제2시집 가연(佳緣) 이월란 2008.07.20 267
56 제2시집 로란 (LORAN) 이월란 2008.07.16 263
55 제2시집 군중 속에서 이월란 2008.07.14 264
54 제2시집 부메랑 이월란 2008.07.11 253
53 제2시집 홍하(紅霞)의 해빈 이월란 2008.07.08 335
52 제2시집 추월 이월란 2008.07.05 214
51 제2시집 붉은 남자 이월란 2008.07.04 352
50 제2시집 노을 2 이월란 2008.06.26 204
49 제2시집 목걸이 이월란 2008.06.24 483
48 제2시집 비손 이월란 2008.06.21 205
47 제2시집 그곳엔 장마 이월란 2008.06.18 241
46 제2시집 그리움의 제국 이월란 2008.06.17 227
45 제2시집 흔들리는 집 3 이월란 2008.06.16 201
44 제2시집 포효 이월란 2008.06.13 242
43 제2시집 아침의 이별 이월란 2008.06.12 253
42 제2시집 김칫독을 씻으며 이월란 2008.06.03 228
41 제2시집 외로움 벗기 이월란 2008.06.01 225
40 제2시집 꿈꾸는 나무 이월란 2008.05.29 256
39 제2시집 고요를 물고 날아간 새 이월란 2008.05.21 356
38 제2시집 넘어지는 세상 이월란 2008.05.19 41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