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76
어제:
183
전체:
5,020,617

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5.10 11:16

등라(藤蘿)

조회 수 343 추천 수 1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등라(藤蘿)


                                                              이 월란




너도 나도 등마루 곧추 세워 하늘로 솟구치는 세상
해진 앞섶으로 젖은 길 닦으며 가는 날 있었겠다
살대 하나 없이 허공을 사는 올곧은 등뼈들이 서러워
가슴 무너지는 날도 지냈겠다
휠체어같은 버팀목에 앉아야만 하는 느물대는 가닥이 억울해
심장 부서지는 날도 살았겠다
감싸 안아야만 하는 수직의 장애를 만날 때까지
해토의 시린 땅을 배로 기는 버러지가 되어
백태 낀 혓바닥으로 행인들의 발자국을 핥았겠고
바닥에 길들여져 그늘을 주우며 살아왔겠다
누군가에게 기생해야만 자라는 목숨이 버거워
누추한 영혼의 집안으로 뒤엉키기도 했었고
함부로 허공 한 줌을 침범치 못해
기진한 듯 담장에 붙들린 행로에 만족하며
울끝까지, 맘끝까지 어루만지고서야
통회하고 자복하는 겸손의 성지를 쌓았으리
한번 맺은 인연 위에 잎새의 모티브를 따라
거친 살비듬 덮어가는 저 묵언수행을 당해냈으니
햇귀처럼 뻗치는 수맥을 다독여
무수한 허공의 길을 해독하려 들지도 않고
눈 잃어 점자책 더듬듯 가로막힌 담장을
경전처럼 읽어올라 갔으리
천혜의 절벽도 타고 오를 암벽 등반가가 되어
영험한 순종의 도(道)로 벽마다 초록 문신을 새기고
넌출 덮인 담장 사이를 걸어가는 귀밝은 사람들에게
무림의 숨소리 대신 전해주는 저 숲의 압축파일

                                  
                                                       2008-01-20

?

  1. 가을짐승

    Date2008.05.10 Category제2시집 By이월란 Views251
    Read More
  2. 진주

    Date2008.05.10 Category제2시집 By이월란 Views297
    Read More
  3. 미망 (未忘)

    Date2008.05.10 Category제2시집 By이월란 Views271
    Read More
  4. 가을나목

    Date2008.05.10 Category제2시집 By이월란 Views380
    Read More
  5. 타임래그 (timelag)

    Date2008.05.10 Category제2시집 By이월란 Views308
    Read More
  6. 꿈의 투사들이여

    Date2008.05.10 Category제2시집 By이월란 Views352
    Read More
  7. 비행정보

    Date2008.05.10 Category제2시집 By이월란 Views245
    Read More
  8. 곱사등이 춤

    Date2008.05.10 Category제2시집 By이월란 Views370
    Read More
  9. 목소리

    Date2008.05.10 Category제2시집 By이월란 Views252
    Read More
  10. 문신

    Date2008.05.10 Category제2시집 By이월란 Views348
    Read More
  11. 나쁜 詩

    Date2008.05.10 Category제2시집 By이월란 Views265
    Read More
  12. 밤의 초음파

    Date2008.05.10 Category제2시집 By이월란 Views305
    Read More
  13. 등라(藤蘿)

    Date2008.05.10 Category제2시집 By이월란 Views343
    Read More
  14. 사육

    Date2008.05.10 Category제2시집 By이월란 Views324
    Read More
  15. 사랑 4

    Date2008.05.10 Category제2시집 By이월란 Views258
    Read More
  16. 홍시

    Date2008.05.10 Category제2시집 By이월란 Views315
    Read More
  17. 詩똥

    Date2008.05.10 Category제2시집 By이월란 Views316
    Read More
  18. 바람의 길 4

    Date2008.05.10 Category제2시집 By이월란 Views253
    Read More
  19. 노을 1

    Date2008.05.10 Category제2시집 By이월란 Views309
    Read More
  20. 노안

    Date2008.05.10 Category제2시집 By이월란 Views34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