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72
어제:
259
전체:
4,975,460

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5.19 13:45

넘어지는 세상

조회 수 382 추천 수 1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넘어지는 세상



                                                                 이 월란



한 걸음으로 내려가기엔 너무 넓고
두 걸음으로 내려가기엔 너무 좁은 계단 세 개
목숨이 달린 중대한 결정도 아니라
늘 첫 계단을 내려오고서야 어중간한 폭이 눈에 들어옵니다
다음 계단을 내려 가기 전, 난 재빨리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말을 빨리 할 때 혀가 말리듯이
다음 계단을 내딛는 순간 두 발이 엉겨붙어 난 넘어졌습니다
골똘한 생각에서 마저 벗어나지 못한 뇌파가
한 걸음과 두 걸음 사이에 놓여 있을 때
벌써 성질 급한 두 발이 습관처럼 움직여버린 것입니다
높은 계단에서 하이힐이라도 신고 있었다면
발모가지 한 짝 성치 않았겠습니다


어른이 되어 넘어진다는 건 부끄러운 일입니다
엄마아아아아아
넘어져 울고 있어도 달려와 일으켜 줄 엄만 내게 없습니다
아파도 안 아픈 척 일어나야 하며
무르팍이 깨어져도 피를 닦아내고 몇 날 절뚝거리다 보면
딱지가 앉고 새살이 돋습니다


충분한 생각의 뇌파가 전달 되기도 전
습관적으로 움직이는 몸의 지체들
이렇게 혼자서도 넘어지고, 서로 걸려 또 넘어지고
온통 넘어지는 세상입니다


난 오늘도 또 혼자 넘어졌고 울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턴 절대 혼자선 넘어지지 말아야지
굳게 다짐하면서, 눈물 몇 방울 떨어지고야 맙니다
어른이 되어 넘어진다는 건 정말 부끄러운 일입니다


                                                              2008-05-19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7 제2시집 모하비 이월란 2008.08.26 777
76 제2시집 물 위에 뜬 잠 1 이월란 2008.05.10 767
75 제2시집 흔들리는 집 이월란 2008.05.10 666
74 제2시집 목걸이 이월란 2008.06.24 472
73 제2시집 미음드레 이월란 2008.05.10 383
» 제2시집 넘어지는 세상 이월란 2008.05.19 382
71 제2시집 가을나목 이월란 2008.05.10 360
70 제2시집 곱사등이 춤 이월란 2008.05.10 354
69 제2시집 꿈의 투사들이여 이월란 2008.05.10 340
68 제2시집 고요를 물고 날아간 새 이월란 2008.05.21 333
67 제2시집 등라(藤蘿) 이월란 2008.05.10 328
66 제2시집 붉은 남자 이월란 2008.07.04 328
65 제2시집 문신 이월란 2008.05.10 323
64 제2시집 홍하(紅霞)의 해빈 이월란 2008.07.08 321
63 제2시집 노안 이월란 2008.05.10 314
62 제2시집 쇼핑 이월란 2008.07.29 313
61 제2시집 사육 이월란 2008.05.10 301
60 제2시집 詩똥 이월란 2008.05.10 300
59 제2시집 입추 이월란 2008.08.08 298
58 제2시집 홍시 이월란 2008.05.10 29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