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꿈꾸는 나무

by 이월란 posted May 2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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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나무



                                                                               이 월란



발끝은 땅 속을 헤매어도 잎맥은 천애의 창을 두드려. 맘끝은 어둠 속에 길을 내느라 두려워 가슴 허물어도 이맛전 빛살은 눈부셔 두 눈 감고 말아. 가슴 바닥은 단단한 벽을 뚫느라 마디마디 애닳아도 꼿꼿이 세운 모가지 하늘에 젖어, 별에 젖어.


천연한 허공의 길을 닦고 있는 굴착기같은 팔마다 내일은 펑! 공중분해 된 꿈덩이, 꽃, 꽃, 꽃, 매일 자폭하는 사양길의 염문들. 멀리 가자, 높이 가자, 꿈의 궤도를 잊지 못하고 돌아온 나무의 영지에 혓바늘 꽃처럼 아리고 빙하의 찬 땅을 견디고도 빛의 파문으로 저 뜨거운 길 사이 삶은 마주하면 뜨겁고 돌아서면 시린거지.


파장 내린 밤의 장터를 싸돌아 온 장돌뱅이 발바닥, 몽유의 어둠을 밟고 다닌 발바닥은 매일 쌔까매. 동트는 새벽 모퉁이에 몰래 까만 발자국 찍어 놓고 새가 되어 날아가는 나무 나무들.

                                                                            2008-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