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목걸이

by 이월란 posted Jun 2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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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걸이


                                                                                이 월란



목이 허전해 늘 목걸이 하나 걸어 둔다
자고 나거나 반나절이 지나면
뒷목에 걸려 있어야 할 고리가 앞쪽으로 내려와 있다
생각이 가슴으로 내려가는, 바람이 스치기 좋은
육신의 가늘고도 휑한, 무방비로 노출된 몸관 한 뼘에도
그 작은 고리 하나, 줄보다 무겁다는 이유 하나로 제자리에 머물지 못한다
삶의 중력은 이리도 세세히 목전에 있다는 것
작은 펜던트 옆으로 바싹 다가와 쳐져 버린 고리를 목 뒤로 돌려 놓는다
차끈하다
체온에서 손곱만큼 떨어져 있던 반나절이 차갑다
목덜미에 걸쳐 놓은 습관같은 일상도 내게서 조금이라도 떨어져 있다가
몸의 일부처럼 다시 바싹 갖다 붙여지는 것들은 무엇이든 조금씩
차가움이다, 신선함이다, 미세한 서늘함이다
손때 묻히며 나의 체온으로 돌아온 그 사소한 무게의 흐름
손 없이도 저절로 내려와 눈 앞에 드리워지는
질점으로 몰려드는 자잘한 삶의 하중을
금가루처럼 미세한 심상들이 옮겨다니는 세상맛은
때론 하루의 근기처럼 작은 목걸이의 고리 하나로도 느끼게 한다
마음의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미끄러져 내린 세미한 심기 하나
냉혹한 기운으로 나를 투영해버린 거울 앞에서
다시 제자리로 돌려 놓는다

                                                                             2008-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