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98
어제:
265
전체:
5,022,452

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8.12 11:58

동거

조회 수 235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동거(同居)


                                                                         이 월란




사는 것이 그렇듯 우린 습성에 취해가고 있었다


꽃잎이 시들해질 때면 다시 물을 갈고 꽃을 꽂아 두는
정물화 속의 화병처럼 서로에게 몸을 꽂아 보고
매일 타인의 순결한 몸으로 다시 만나
우리가 가는 이 길이 둘이 아니라 하나였음으로
정처없는 흐름의 기착지는 언제나 서로의 가슴이었음으로
버릇처럼 살가운 축제를 벌인다

  
잡다히 사는 일에 한번씩 목이 꺾여도
빈혈 내린 육신 가득 서로의 체액으로 수혈을 받고
권태로움에 실종된 안부를 물어 뜨거운 입술로 안녕을 새겨 두고
부메랑처럼 서로의 가슴으로 돌아와 목쉰 얼굴을 파묻어야 한다

  
공생은 여전히 아름답다
황혼의 둑길로 설법처럼 이어진 길을 한 줄씩 번갈아 교독하며
나의 절망과 너의 희망을 섞어
얼어붙지도, 끓어 넘치지도 않는 잔잔한 묵언의 호수가 채워짐에


삶의 절벽마다 번지점프를 꿈꾸어도
나를 꼭 붙들어 맨 로프의 끝은 늘 너의 두 손이었음에
서로의 통점을 짚어가며, 피해가며
생의 민감대를 기억해 서로에게 새겨놓은 너와 나는  


초저녁별 아득해도
서로의 빛이 되려 발가벗은 어둠으로 눈감을 수 있는
너와 나는

                                                                 2008-08-12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7 제2시집 흔들리는집 / 서문 (오세영) file 이월란 2016.08.15 115
76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표4글, 시인의 말 file 이월란 2016.08.15 164
75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해설 (임헌영) file 이월란 2016.08.15 168
74 제2시집 흔들리는 집 3 이월란 2008.06.16 201
73 제2시집 노을 2 이월란 2008.06.26 204
72 제2시집 비손 이월란 2008.06.21 205
71 제2시집 가등 이월란 2008.05.10 206
70 제2시집 자해 이월란 2008.09.01 207
69 제2시집 통성기도 이월란 2008.05.10 212
68 제2시집 추월 이월란 2008.07.05 214
67 제2시집 분신 이월란 2008.08.13 217
66 제2시집 팥죽 이월란 2008.05.10 222
65 제2시집 외로움 벗기 이월란 2008.06.01 225
64 제2시집 사이클론 이월란 2008.05.10 226
63 제2시집 그리움의 제국 이월란 2008.06.17 227
62 제2시집 김칫독을 씻으며 이월란 2008.06.03 228
» 제2시집 동거 이월란 2008.08.12 235
60 제2시집 바다를 보고 온 사람 이월란 2008.05.10 236
59 제2시집 이월란 2008.08.09 236
58 제2시집 실종 이월란 2008.07.22 23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