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분신

by 이월란 posted Aug 1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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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分身)


                                                              이 월란



나의 몸은 정확한 좌우대칭이었다.
아이 하나 낳고 나선 한쪽 귀퉁이 살점이 아이가 되었는지
휘청 휘청 한쪽으로 자꾸만 기울어졌다
아이 하나를 더 낳으면 다른 한쪽의 살점이 아이가 되어
평형을 되찾을까 하나를 더 낳았더니
달팽이관에 이상이 온 듯 같은 쪽으로 더 기울어졌다
휑하게 뚫린 틈새가 만져져 바람이 거센 날엔
시리다 못해 아리다
평형감각은 완전히 퇴화되었다
반고리관의 림프액은 이제 수평의 세월을 잊었다
자궁 속 아이들의 인자는 똑같아서 같은 부위의 살점만을
뜯어 먹고 자라는 것일까
아이들은 나만큼 자랐는데 빈 살집은 채워지지 않아
가끔씩 나를 주저앉히기도 한다
바람이 집을 지은 틈새가 가벼워지고 또 가벼워져
날아가려 한다, 자꾸만 날아가려 한다

                                                       2008-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