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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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8.26 13:20

모하비

조회 수 777 추천 수 10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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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비*


이월란(08-08-26)


파도소리를 제대로 듣기 위해 난 사막으로 왔다
검푸른 바다에 눈 멀어 차라리 척박한 구천을 찾았다
사막에 두 발을 딛고서야 전생에 내가 물이었음을 알겠다
고여 있지 못하는, 흐르고 싶은 몸부림이었음을 알겠다
마른 풍경들이 자꾸만 젖어 오는 목숨이었음을 알겠다
침묵의 강 위에서 습기 한 줌 없는 음표들이 뱃고동 소리를 낸다
속앓이 타는 별 하나 목선처럼 떠 있고
버짐 먹은 고요마저 산산이 부서져 내리는 곳
신열을 앓는 고질병, 노을도 흙빛이다
세사바람을 몰고 태초의 시간을 굴리고 있는 저 텀블위드*를 따라가 볼까
유배지의 포로들처럼 묶여 서 있는 자슈아 트리*는
가시열매 깊숙이 유카나방의 알을 품고서
나이테마저 삭제 당한 채 그로테스크한 가시몸을 비틀고 있다
탈출은 늘 시도되지만 울 없는 가막소는 허물어내린 적 없다
도시를 지나 온 하늘의 꽃문신 그림자 아래
진열장 한 칸 없이 박제된 캄브리아의 미라들이 누워 있고
종신토록 두절된 교신 아래 파발들의 말발굽 소리 한번씩 들려
오지만 한숨같은 황사바람만 창조주의 입김처럼 날리고 사라진다
이별의 고샅길들이 모여 이루어 진 땅
스산한 기다림들이 모여 풍장을 견뎌내고 있는 땅
그늘마저 생소한 눈부신 노출은
불온한 도시의 뒷골목보다 차라리 황량하진 않다
밤마다 유곽 하나씩 짓고 또 허무는 광포한 바람의 천성을
세상 끝별들이 시선 모아 견뎌내고 있는 땅
봉분 하나 없이 과거로든 미래로든 질주하게 만든다
기형의 유카가 지은 바람의 부락 안에 아희 울음소리 간간이 들리는데
은퇴한 노인의 마른 몸같은 사막이 쿨럭이며 돌아눕고 있다




* 모하비 사막(Mojave沙漠): 〖지명〗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남동부와 시에라네바다 산맥 남쪽으로 이어지는 건조 지역, 금,은,텅스텐,철,칼륨,식염 따위가 난다. 면적은 6만 5000㎢.

* 텀블위드(tumbleweed) : 회전초(가을 바람에 쓰러지는 명아주, 엉겅퀴 따위의 잡초)

* 자슈아 트리(Joshua tree): 비틀린 가지 곳곳에 작은 선인장들을 열매처럼 달고 있는 사막의 선인장 나무. 19세기경 몰몬교 이민자들이 콜로라도 사막을 건너면서 성서 속 인물인 여호수아(Joshua)가 마치 팔을 힘껏 벌려 맞이하고 있는 모습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나이테가 없어 길이로 나무의 나이를 측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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