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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8.31 16:26

할러데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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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러데이 편지


                                                                                               이 월란




내일은 푸른 눈들의 휴일입니다
검은 눈동자를 가진 우리들도 가두어진 목숨 한 줄기 풀어놓아 보겠습니다
Labor Day, 우린 유산의 진통으로 죽은 아이를 매일 낳아도 보았습니다
혀꼬부라진 기층말로 대거리질 놀려, 이삼일 무너져 놀다 오신다 하였습니까
향토예비군처럼 줄지어 희망을 눌러쓰고 목멘 함성 아끼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빈둥빈둥 마른 몸이 또 축나도록 숨가쁘게 지켜 온 자유이민의 땅은
모음과 모음을, 자음과 자음을 잇다라 찍었을 땐
여지없이 영어로 바뀌어버리는 세상이었습니다
우리들의 자판에선 모음 다음엔 자음이 와야 했습니다
자음 다음엔 어김없이 모음이 와야 했습니다
유치부 수준의 아주 쉬운 발음도 가끔 한컴사전을 의지합니다
L.O.V.E.라는 음절 속에서 나는 미치도록 ㅅ.ㅏ.ㄹ.ㅏ.ㅇ.하고 싶었습니다
어제 클리블랜드의 미술박물관에서 왔다는 Monet to Picasso의
전시회를 뚫어져라 관람하고 왔습니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작은 조각상이었습니다
커트리나로 피난 중이던 뉴올리언스엔 구스타브란 허리케인이 몰려 오는 중이랍니다
시속 130마일을 견딜 수 있는 스타디움이 150마일로 달려오는 태풍을 견뎌낼 수 있을까요
내륙 깊숙한 이 곳도 오늘 갑자기 비가 뿌리고 천둥이 칩니다
내일 저 록키산 정상은 흰눈을 맞을지도 모른답니다
가을은 성화의 질주를 시작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앞마당의 메이플 나무는 겨우 어깻죽지만이 발갛게 데였습니다
고향의 가을은 훨씬 길었습니다
비명을 싼 가방을 들고 출국 준비를 서둘러야 합니다


                                                                                        2008-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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