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16
어제:
306
전체:
5,023,129

이달의 작가
조회 수 497 추천 수 1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흔들리는 집 6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


                                                                             이월란



엄마의 뱃속은 늘 흔들렸어요


엄마가 걸을 때도
엄마가 뛸 때도
엄마가 웃을 때도
엄마가 울 때도


세상은 흔들리기엔 너무 넓잖아요. 엄만 내가 아직도 저 벽에 걸린 얌전한 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60X20cm의 보드는 가장 넓은 나의 영지에요, 두 발이 진화되어버린 고등한 날개. 우린 밤마다 가속이 붙어 아침이면 날마다 조금씩 더 민첩해지죠. 이 작은 땅 위에서 난 여전히 재배되고 있어요. 땅 속의 벌레들도 날 갉아먹진 못하죠. 순간적인 착지는 다시 날아오르기 위한 쉼표일 뿐이에요. 마침표는 없어요.


나도 한 번씩 눈물이 났어요
나도 한 번씩 화가 났어요
나도 한 번씩 두려웠어요


팔꿈치와 무릎이 성할 날이 없네요. 붉은 갑옷을 입을테야요. 내 살이 깎이며 만들어진 전신 보호대야요. 찡그리지 마세요. 사람이 모두 상처를 닮지 않았던가요. 흔들리는 땅에서 두 발을 떼어 보세요. 실수도, 오류도 없는, 바이올린의 현처럼 가늘고도 팽팽한 음표같은 길들이 모두 삭제된 백지에요. 고작 대지에서 머리까지인, 그 짧은 사정거리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잖아요.*


헤비메탈의 파열음 속에 깃털처럼 흐르는 멜로디는 우리들의 고백이에요. 그 묵직한 비트와 금속음으로 어젠 저 앞산 노을도 코피를 터뜨렸어요. 우린 무한궤도 없이도 무한대를 날아요. 신호등도, 제한속도도 없는 허공의 바다(바다는 육지의 2.4배, 허공은?), 엄만 속빈 바다갈대처럼 흔들리는군요. 파도를 타는 서핑보드 위에서 파랗게 날아보실래요?
      
                                                                               2008-11-12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끝과 시작] 중 [친구들에게]서 인용



?

  1. 공항대기실 2

    Date2008.10.22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722
    Read More
  2. 이월란(移越欄)

    Date2012.02.05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544
    Read More
  3. 구두의 역사

    Date2009.09.29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531
    Read More
  4. 잠수종과 나비

    Date2011.04.09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515
    Read More
  5. 마루타 알바

    Date2009.06.17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506
    Read More
  6. 인형의 눈

    Date2011.09.09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498
    Read More
  7. 흔들리는 집 6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

    Date2008.11.12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497
    Read More
  8. GI 신부

    Date2010.09.06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493
    Read More
  9. 언다큐멘티드 에일리언

    Date2012.08.17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473
    Read More
  10. 언어의 섬

    Date2010.02.21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470
    Read More
  11. 당신을 읽다

    Date2014.05.28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461
    Read More
  12. 함정이 없다

    Date2010.11.24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451
    Read More
  13. 페르소나

    Date2009.08.01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449
    Read More
  14. 장미전쟁

    Date2010.04.27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447
    Read More
  15. 감염자

    Date2011.01.30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441
    Read More
  16. 화성인

    Date2011.01.30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440
    Read More
  17. 목격자

    Date2009.09.16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435
    Read More
  18. 수선집 여자

    Date2008.10.12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403
    Read More
  19. 작은 질문, 큰 대답

    Date2010.12.14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403
    Read More
  20. 이 남자

    Date2010.01.13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40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Nex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