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22
어제:
138
전체:
5,029,583

이달의 작가
제3시집
2011.12.14 02:38

복사기

조회 수 337 추천 수 5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복사기


이월란(2011-12)


한 번씩
분실 우려가 있거나 파기될 위험이 느껴질 때마다
서로를 복사한다
맞춤법 검사를 마치지 못한 입술과
공개되지 못한 파일로 잠긴 가슴과
서로를 뚫고 내쳐 달리던 네 다리를 포개어
서로의 저작권을 침해 한다
아래위로, 때론 좌우로 베껴 둔 디스켓들은
모기가 옮기는 뇌염처럼 전염되었을까
오래된 노비 문서처럼 말소되었을까
셋집 옮기듯 처소를 바꾸었을까
원본보다 좀 더 그럴듯하게 번역되었을까
소프트웨어처럼 충분히 업그레이드되기를
한 때 꿈꾸기도 했지만
감광막 위에 찍어 눌러 오랫동안 보존되기를 원하는
영상처럼 밤새 인화된 넋으로
사기 치듯 열리는 신비한 아침의 행각
팩시밀리처럼 전송된 서로의 암호는
토너 분말처럼 떠다니는 빛의 입자 사이로
필사된 영혼만 애달프다
임대 받은 전자기기처럼 소음이 늘어가도
A4 용지 가득 출력시킨 세월의 흔적은 읽을 수가 없어
해리성 기억상실에 걸려버린 이면지처럼
남아 있는 서로의 등
황금비의 규격으로 여전히, 눈부시게 남아 있는
저 여백을 뒤집으면
아무것도 내장되어 있지 않는
너와 나의 복제된 가슴


?

  1. 알래스카

    Date2016.08.15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109
    Read More
  2. 오래된 단서 / 해설 (유성호)

    Date2016.08.15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111
    Read More
  3. 오래된 단서 / 표4글, 시인의 말

    Date2016.08.15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89
    Read More
  4. 경매

    Date2015.03.30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184
    Read More
  5. 저녁의 내력

    Date2015.03.30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163
    Read More
  6. 벽거울

    Date2014.05.28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389
    Read More
  7. 당신을 읽다

    Date2014.05.28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461
    Read More
  8. 요가

    Date2014.08.25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334
    Read More
  9. 처서

    Date2014.08.25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371
    Read More
  10. 가을 학기

    Date2013.05.24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311
    Read More
  11. 언다큐멘티드 에일리언

    Date2012.08.17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473
    Read More
  12. 세일즈 전화

    Date2012.08.17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381
    Read More
  13. 개 같은 4 (견공시리즈 124)

    Date2012.08.17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245
    Read More
  14. 변경

    Date2012.05.19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324
    Read More
  15. 이 남자 2

    Date2012.04.10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259
    Read More
  16. 이월란(移越欄)

    Date2012.02.05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544
    Read More
  17. 노을 3

    Date2012.01.17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322
    Read More
  18. 복사기

    Date2011.12.14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337
    Read More
  19. 인형의 눈

    Date2011.09.09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498
    Read More
  20. 잠수종과 나비

    Date2011.04.09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51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Nex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