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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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집 6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


                                                                             이월란



엄마의 뱃속은 늘 흔들렸어요


엄마가 걸을 때도
엄마가 뛸 때도
엄마가 웃을 때도
엄마가 울 때도


세상은 흔들리기엔 너무 넓잖아요. 엄만 내가 아직도 저 벽에 걸린 얌전한 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60X20cm의 보드는 가장 넓은 나의 영지에요, 두 발이 진화되어버린 고등한 날개. 우린 밤마다 가속이 붙어 아침이면 날마다 조금씩 더 민첩해지죠. 이 작은 땅 위에서 난 여전히 재배되고 있어요. 땅 속의 벌레들도 날 갉아먹진 못하죠. 순간적인 착지는 다시 날아오르기 위한 쉼표일 뿐이에요. 마침표는 없어요.


나도 한 번씩 눈물이 났어요
나도 한 번씩 화가 났어요
나도 한 번씩 두려웠어요


팔꿈치와 무릎이 성할 날이 없네요. 붉은 갑옷을 입을테야요. 내 살이 깎이며 만들어진 전신 보호대야요. 찡그리지 마세요. 사람이 모두 상처를 닮지 않았던가요. 흔들리는 땅에서 두 발을 떼어 보세요. 실수도, 오류도 없는, 바이올린의 현처럼 가늘고도 팽팽한 음표같은 길들이 모두 삭제된 백지에요. 고작 대지에서 머리까지인, 그 짧은 사정거리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잖아요.*


헤비메탈의 파열음 속에 깃털처럼 흐르는 멜로디는 우리들의 고백이에요. 그 묵직한 비트와 금속음으로 어젠 저 앞산 노을도 코피를 터뜨렸어요. 우린 무한궤도 없이도 무한대를 날아요. 신호등도, 제한속도도 없는 허공의 바다(바다는 육지의 2.4배, 허공은?), 엄만 속빈 바다갈대처럼 흔들리는군요. 파도를 타는 서핑보드 위에서 파랗게 날아보실래요?
      
                                                                               2008-11-12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끝과 시작] 중 [친구들에게]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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