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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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제3시집
2009.06.17 14:22

나는 취소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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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취소되고 있다



이월란(09/06/11)



나는 취소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정중히
어느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해 무참히 고개를 숙일 필요도 없다
내가 걸어온 길이 취소되었음은 벽보처럼 붙어있는 공공연한 비밀
나는 더 이상 분류되어질 날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나는
지키지 못할 약속
파기되어질 계약
책임지지 못할 말씀
접수되지 못할 신청서
구전되어지지 않을 전설
계승되어지지 않을 인습
성공하지 못할 혁명
허가받지 못할 건축물
체택받지 못할 증거물
해갈되지 못할 가뭄
마르지 않을 장맛비
성립되어지지 못할 도그마
영원히 발 저린 술래
해독되지 못할 암호
석방되지 못할 포로
맞히지 못할 과녁
당겨지지 않을 시위
그려지지 못할 이미지
추론되어지지 못할 개념
육화되지 못할 신화
수행되지 못할 과업
발설되지 않을 소견
발표되지 않을 논문
사장되어질 아이디어
통역되지 못할 외어
체결되지 못할 조약
도래하지 못할 본성
실천되지 못할 이론
조명되지 못할 논쟁
말소되지 못할 미련
수술받지 못할 종양
완쾌되지 못할 지병
유통되지 못할 생산품
부화되지 못할 자아의 알
해소되지 못할 이율배반
차오르지 못할 샘물
인정받지 못할 예언자
해결책 없는 딜레마
발굴되지 못할 화석


이렇게 많은 나는, 오늘도


쉿, 조용히
아주 조용히 취소되고 있다
바스락거리는 갱지들의 접촉음
누군가의 손 안에서 둥근 볼펜심이 눈동자처럼 회전하고 있다



?

  1. 세월

  2. 수선집 여자

  3. 세월 2

  4. 공항대기실 2

  5. 내부순환도로

  6. 흔들리는 집 6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

  7. 유고시집

  8. 詩멀미

  9. 안개정국

  10. 첫 키스

  11. 거래

  12. 나는 취소되고 있다

  13. 마루타 알바

  14. 페르소나

  15. 흐린 날의 프리웨이

  16. 목격자

  17. 구두의 역사

  18. 할로윈

  19. 표절시비

  20. 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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