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80
어제:
246
전체:
4,972,982

이달의 작가
제3시집
2009.06.17 14:22

나는 취소되고 있다

조회 수 305 추천 수 2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나는 취소되고 있다



이월란(09/06/11)



나는 취소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정중히
어느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해 무참히 고개를 숙일 필요도 없다
내가 걸어온 길이 취소되었음은 벽보처럼 붙어있는 공공연한 비밀
나는 더 이상 분류되어질 날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나는
지키지 못할 약속
파기되어질 계약
책임지지 못할 말씀
접수되지 못할 신청서
구전되어지지 않을 전설
계승되어지지 않을 인습
성공하지 못할 혁명
허가받지 못할 건축물
체택받지 못할 증거물
해갈되지 못할 가뭄
마르지 않을 장맛비
성립되어지지 못할 도그마
영원히 발 저린 술래
해독되지 못할 암호
석방되지 못할 포로
맞히지 못할 과녁
당겨지지 않을 시위
그려지지 못할 이미지
추론되어지지 못할 개념
육화되지 못할 신화
수행되지 못할 과업
발설되지 않을 소견
발표되지 않을 논문
사장되어질 아이디어
통역되지 못할 외어
체결되지 못할 조약
도래하지 못할 본성
실천되지 못할 이론
조명되지 못할 논쟁
말소되지 못할 미련
수술받지 못할 종양
완쾌되지 못할 지병
유통되지 못할 생산품
부화되지 못할 자아의 알
해소되지 못할 이율배반
차오르지 못할 샘물
인정받지 못할 예언자
해결책 없는 딜레마
발굴되지 못할 화석


이렇게 많은 나는, 오늘도


쉿, 조용히
아주 조용히 취소되고 있다
바스락거리는 갱지들의 접촉음
누군가의 손 안에서 둥근 볼펜심이 눈동자처럼 회전하고 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 제3시집 할로윈 이월란 2009.10.21 286
17 제3시집 구두의 역사 이월란 2009.09.29 520
16 제3시집 목격자 이월란 2009.09.16 413
15 제3시집 흐린 날의 프리웨이 이월란 2009.09.04 360
14 제3시집 페르소나 이월란 2009.08.01 435
13 제3시집 마루타 알바 이월란 2009.06.17 496
» 제3시집 나는 취소되고 있다 이월란 2009.06.17 305
11 제3시집 거래 이월란 2009.04.17 299
10 제3시집 첫 키스 이월란 2009.02.08 246
9 제3시집 안개정국 이월란 2009.01.22 354
8 제3시집 詩멀미 이월란 2009.01.15 244
7 제3시집 유고시집 이월란 2008.11.20 233
6 제3시집 흔들리는 집 6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 이월란 2008.11.12 461
5 제3시집 내부순환도로 이월란 2008.10.30 348
4 제3시집 공항대기실 2 이월란 2008.10.22 701
3 제3시집 세월 2 이월란 2008.10.20 189
2 제3시집 수선집 여자 이월란 2008.10.12 380
1 제3시집 세월 이월란 2008.10.08 19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Nex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