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80
어제:
246
전체:
4,972,982

이달의 작가
제3시집
2009.10.21 12:46

할로윈

조회 수 286 추천 수 1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할로윈



이월란(09/10/21)
  


내장을 꺼내들고 시가행진 중인 아이들 위로
오렌지 빛 호박이 고명처럼 날아다녀요
마녀와 동거하는 애기자궁을 키우며 사는 아이들은
헐크로 변장한 옷으로 밤을 찢어 펄럭이며 뛰어다녀요
셸리마저 죽이려드는 프랑켄슈타인이 북극해의 빙하로 굳기 전에
캔디 캔디를 주세요 마약이 섞이지 않은
관능의 식용물감에 담그지 않은
순결하고도 순진한 캔디를 주세요
고막이 터지지 않는 건 마시멜로 같은 켈트족의 전설에
첨벙 뛰어들기 때문이죠
신데렐라의 분칠한 인형들이 웃음에 걸려 넘어지고 일어설 때
오즈의 마법사가 만든 캔디를 주세요
울지 않을 게요 피딱지 말라가는 뱀파이어의 목에 걸린
백혈의 통증으로 마비된 캔디를 주세요
당의정 같은 악의 꽃이 그려진 캔디를 먹고도
마지막 가을의 하루만이라도 낙엽처럼 구르는
우리는 쫓겨난 계절만 파먹고 사는 비렁뱅이 피조물
잭-오-랜턴의 불꽃 속에 박힌 빛의 이빨로 어둠을 부수고
동심의 그림자 속에 웃고 있는 요귀들을 섬겨요
오늘은 불구의 마음들이 육신을 입는 밤
오늘은 불구의 육신들이 온전하게 외출하는 밤
꼬마악령의 무덤 같은 볼록 꽃밭 위로 만삭의 산통이 지나가면
어둠의 목을 조이는 알록달록한 손들 사이로
명랑하게 본뜬 죄성
Trick or Treat! Trick or Treat!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8 제3시집 흔들리는 집 6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 이월란 2008.11.12 461
57 제3시집 흐린 날의 프리웨이 이월란 2009.09.04 360
56 제3시집 화성인 이월란 2011.01.30 412
55 제3시집 함정이 없다 이월란 2010.11.24 430
» 제3시집 할로윈 이월란 2009.10.21 286
53 제3시집 표절시비 이월란 2009.11.25 325
52 제3시집 편지 2 이월란 2010.06.18 364
51 제3시집 페르소나(견공시리즈 73) 이월란 2010.06.28 360
50 제3시집 페르소나 이월란 2009.08.01 435
49 제3시집 첫 키스 이월란 2009.02.08 246
48 제3시집 처서 이월란 2014.08.25 344
47 제3시집 저녁의 내력 이월란 2015.03.30 141
46 제3시집 장미전쟁 이월란 2010.04.27 426
45 제3시집 잠수종과 나비 이월란 2011.04.09 497
44 제3시집 작은 질문, 큰 대답 이월란 2010.12.14 381
43 제3시집 인형의 눈 이월란 2011.09.09 465
42 제3시집 이월란(移越欄) 이월란 2012.02.05 510
41 제3시집 이 남자 2 이월란 2012.04.10 240
40 제3시집 이 남자 이월란 2010.01.13 387
39 제3시집 유고시집 이월란 2008.11.20 23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Nex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