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

독방

by 이월란 posted Nov 2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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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



이월란(09/11/25)



나는 아름다운 사형수
동거인은 축출 당했다
체포된 나의 범행은 철문처럼 육중하다
집행날짜는 깔깔 웃는 갓난아이의 혀밑에서
두 손 드는 서프라이즈
사방의 벽들이 돌아 앉아 가부좌를 튼
사각의 방 속에 정면으로 등록되었다
피나는 출생의 대가로 지불한 승리의 방
아무도 나를 들여다보지 못한다
월계수 잎을 드리운 호흡 없는 방
자꾸만 낮아지는 천장 아래
바람의 그림자가 스칠 때마다
창살에 목이 졸린 하늘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손바닥만 한 창으로 폭죽 같은 날이 밝아오면
감금당한, 더욱 허황해지는 이 독무
매일 밤 야반도주를 하는, 살아있다는 이 눈부신 치욕
망연히 눈뜨는 아침의 행방은
뼈집 사이로 까치발이 설 때마다 움푹 꺼지던 행간
배심원들의 눈엔 언제나 증인과 증언만이 보일 뿐
길을 잘못 든 듯, 나비 한 마리
한동안 날갯짓을 하다
창살 같은 나의 갈비뼈 사이로 날아가 버린다
나비가 날아간 길 따라 줄선 몸이
쩌억 갈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