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75
어제:
246
전체:
4,973,077

이달의 작가
제3시집
2010.11.24 05:19

함정이 없다

조회 수 430 추천 수 5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함정이 없다


이월란(2010/11)


전쟁의 유물처럼
어딘가에 지뢰가 숨어 있으리라 여겼다
적들의 교란은 통신망 밖에서 무사하여
한 치의 오차 위에서만 잠이 들고
종종 제한속도를 넘어버린 미친 질주로도
촘촘한 지뢰망으로부터 자유롭진 못하리라 여겼다
방금 출고된 신차처럼 매끈한 몸뚱이로도
무섭게 나뒹구는 날이 있으리라 여겼다
그리곤 어디론가 이송되리라 여겼고
적재유무만을 살피고 통과시켜버린
검문소의 허점이 눈앞에서 낱낱이 드러나는
날이 쉬이 있으리라 여겼다
일상의 평화를 악용한 심리전의 교묘한 술책이
목줄을 감아쥐는 날도 있으리라 여겼다
훈련 삼아 몇 명의 사상자가 나기도 하리라
그리곤 절벽 아래서 수직의 높이를 끝도 없이
타고 오르는 그런 것이라, 여기기도 했던 것인데
하, 단조롭기 짝이 없다, 사는 것이
새겨 보건데, 옹졸하기 짝이 없는 것이기도 하여서
높은 적중률로 불티나게 팔리는
종합문제지와도 같은 것이어서
기존의 문제들이 지루하게 되풀이되는
해묵은 시험 같은 것이어서
맞추지 않아도 길이 되는 목숨 앞에
맑은 눈으로 응시하면 안개 속에서도 길이 나고
어둠 속에서도 동공이 먼저 알고 커지는
홑진 길이었다, 진정
함정은 없었다, 함정은 내가 만들어내고 있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8 제3시집 흔들리는 집 6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 이월란 2008.11.12 461
57 제3시집 흐린 날의 프리웨이 이월란 2009.09.04 360
56 제3시집 화성인 이월란 2011.01.30 412
» 제3시집 함정이 없다 이월란 2010.11.24 430
54 제3시집 할로윈 이월란 2009.10.21 286
53 제3시집 표절시비 이월란 2009.11.25 325
52 제3시집 편지 2 이월란 2010.06.18 364
51 제3시집 페르소나(견공시리즈 73) 이월란 2010.06.28 360
50 제3시집 페르소나 이월란 2009.08.01 435
49 제3시집 첫 키스 이월란 2009.02.08 246
48 제3시집 처서 이월란 2014.08.25 344
47 제3시집 저녁의 내력 이월란 2015.03.30 141
46 제3시집 장미전쟁 이월란 2010.04.27 426
45 제3시집 잠수종과 나비 이월란 2011.04.09 497
44 제3시집 작은 질문, 큰 대답 이월란 2010.12.14 381
43 제3시집 인형의 눈 이월란 2011.09.09 465
42 제3시집 이월란(移越欄) 이월란 2012.02.05 510
41 제3시집 이 남자 2 이월란 2012.04.10 240
40 제3시집 이 남자 이월란 2010.01.13 387
39 제3시집 유고시집 이월란 2008.11.20 23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Nex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