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837
어제:
696
전체:
5,015,749

이달의 작가
제3시집
2011.09.09 05:32

인형의 눈

조회 수 494 추천 수 3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인형의 눈


이월란(2011-8)


동공에 까맣게 칠해진 염료가 벗겨지고 있어요
모조품에 깃드는 노안이 정말 사실적이네요
비즈 공예품 같은 드레스는 이미 탈색을 끝냈구요
퀼트로 짜놓은 캐릭터는 출입금지 당한 늪지까지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녔지요
마디가 살아 있는 구체관절은 희망 위에 모로 누워 있기도
절망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기도 했는데
손발까진 미세하게 빚어지진 않아 값진 것들을
수시로 떨어뜨리며 살았네요
나를 안아주거나 세워두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제 막 출시된 신제품처럼 반짝여요
성성이 같은 나를 다시 빚어 주세요
분명 수제품이라고 했거든요
태반 라인 위에서 함부로 찍어낸 것들이 아니에요
독자적인 상품일수록 불티나게 팔리는 세상이잖아요
인류가 만든 가장 오래된 장난감
출생신고도 없었으니 사망신고도 필요 없네요
엄마가 나를 눕히면 나는 눈이 감기는 인형이었는데
살아 있는 몸속에서 눕혀도 눈 떠 있고 싶었죠
눈 감고 누워 있으면 꼭 죽은 사람 같잖아요
어느 날부터인가 누워서도 눈이 감기지 않아
어리둥절 영문을 몰랐죠
그래서 사람처럼 아프네요
아세요? 오래된 인형에게는 영혼이 깃든다는 걸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8 제3시집 GI 신부 이월란 2010.09.06 490
57 제3시집 詩人과 是認 그리고 矢人 이월란 2010.01.11 379
56 제3시집 詩멀미 이월란 2009.01.15 266
55 제3시집 가을 학기 이월란 2013.05.24 310
54 제3시집 감염자 이월란 2011.01.30 441
53 제3시집 개 같은 4 (견공시리즈 124) 이월란 2012.08.17 245
52 제3시집 개같은 3(견공시리즈 54) 이월란 2010.02.15 387
51 제3시집 거래 이월란 2009.04.17 306
50 제3시집 경매 이월란 2015.03.30 179
49 제3시집 공항대기실 2 이월란 2008.10.22 719
48 제3시집 공항대기실 3 이월란 2010.12.14 348
47 제3시집 구두의 역사 이월란 2009.09.29 530
46 제3시집 그 순간이 다시 온다면 이월란 2010.02.28 378
45 제3시집 나는 취소되고 있다 이월란 2009.06.17 317
44 제3시집 내부순환도로 이월란 2008.10.30 364
43 제3시집 노을 3 이월란 2012.01.17 320
42 제3시집 눈물의 城 이월란 2010.09.06 375
41 제3시집 당신을 읽다 이월란 2014.05.28 459
40 제3시집 독방 이월란 2009.11.25 340
39 제3시집 마루타 알바 이월란 2009.06.17 50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Nex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