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공 시리즈

목욕타임(견공시리즈 39)

by 이월란 posted Oct 1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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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타임(견공시리즈 39)



이월란(09/10/11)



꼬질한 마음 첨벙첨벙 뛰어다닌 날은
개수대 가득 따끈한 물 가슴까지 받아 놓고
토비를 씻긴다
흔적 없이 밟아온 날들의 먼지가
토비의 까만 발바닥에서 씻겨 내려가고
엉킨 머릿속 비듬들이 토비의 하얀 털 사이로
누명처럼 씻겨 내려가고
몰래 고인 눈물도 토비의 눈 밑에서
녹슨 눈물자국으로 씻겨 내려가고
견공샴푸는 개꿈의 버블까지
속속들이 불어내어 터뜨려 주고
그제서야 온 몸이 눈물에 젖어
바들바들 떨고 있는 토비
드라이기로 웽웽 말려주면
뽀얗게 씻기고 말갛게 닦인 토비가
하루의 치욕을 낚아채어 달린다
나는 이제 눈부시게 결백합니다!
깡총깡총 내가 뛰어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