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공 시리즈

그저, 주시는 대로(견공시리즈 80)

by 이월란 posted Aug 2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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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주시는 대로(견공시리즈 80)


이월란(2010/08)
  

문 밖의 소란에 귀 기울이며 토비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문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오도독오도독 개밥 먹는 소리, 나는 오늘치의 밥을 아직 내어 놓지 못했다
물은 남아 있었던가
신선도를 확인해 주는 것은 이미 사치의 단계일 것이다
남은 몇 알을 씹고 있는 소리, 어쩌면 마지막 물방울을 핥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밤의 찌꺼기로 연명하는 침묵의 소리
나는 지금 일어서기 싫은 시점이다, 저 하찮을 뿐인, 한 마리, 짐승

토비는 말없이 돌아와 개집에 몸을 눕힌다

저렇게 살기를, 살아지기를, 나는 오늘도 갈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