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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8 04:31

나의 6. 25 한국전쟁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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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6. 25 한국전쟁 유감

  오정방
  

흔히 '6. 25 사변', '6.25 동란'이라고 일컫는 '한국전쟁Korea War'은
지금으로부터 55년 전인, 내 나이 아홉 살 때인1950년 6월 25일
일요일 미명에 북괴가 38선을 넘어 남침했던 동족전쟁을 일컫는다.
김일성의 적화야욕에 따라 조용하고 평화로왔던 한반도에 포성이
울리고 탱크소리가 요란했던, 그래서 금수강산에 피비린내 났던
인류 최악의 전쟁중의 하나이다.
오직 자유를 수호하기 위하여 미국을 비롯한 16개국 유엔군들이
참전하여 우리를 도왔으나 수 많은 인명과 재산의 손실은 피할 수
없었는데 북괴는 중국을 끌어들여 인해전술로 이에 맞선 끔찍한
대변란이었으며 전쟁 발발 3년 뒤인 ‘53년 7월, 마침내 양측이
휴전에 합의하여 지금까지 우리는 휴전상태에 있는 형편이다.
55년 뒤인 지금, 남한은 전쟁의 폐허에서 완전히 회복했고 전쟁의
원흉이던 김일성은 수년 전에 사거하고 그 아들 정일이  뒤를 이어
아직도 적화야욕을 버리지 못하는 가운데 북한 인민들은 굶주리고
경제는 파탄에 이르러 인권이 유린되므로 전세계의 지탄을 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핵을 통해 세계를 위협 속으로 몰고가는 문제로
김정일은 악의 축으로 지목되기까지 했다.

이 전쟁을 나는 국민학교(지금은 소학교) 3학년 때 고향인 경북
울진에서 맞이했는데 실제로 전쟁이 일어났다는 엄청난 소식은
이틀 뒤인27일에야 알았다.
티비는 물론 없었을 때이고 신문은 있었겠지만 서울에서 지방까지 내려
올려면 며칠이 걸렸겠고 라디오가 있었겠지만 유심히 들을 나이도 아니
어서 그냥 지나쳤는지도 모른다.
6월 27일, 이 엄청난 소식은 어머니를 따라 보리를 찧기 위해 정미소를
찾아갔다가 영문도 모르는 가운데 경찰서 싸이렌이 요란하게 울려서
전후 사정을 들어보니 괴뢰군들이 삼팔선을 쳐들어 와서 난리가 났다는
것이다. 아직은 급한 사정도 아니고 고향은 서울과는 상당한 거리에
있어서 이곳까지야 내려오겠는가 하는 생각도 했던 모양이나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 조차 아버지는 갑작스런 일이라 묘책을 갖고
있지 않으신 것 같았다.
사실 우리가정은 전쟁 3개월 전에 나의 생각가 있던 양정이란 조그만
바닷가에서 10리허에 있는 읍내로 이사를 왔었고 아직은 이웃들과도
그렇게 많이 친숙하지도 못했을 때였다.
원치도 않았고 짐작도 못했지만 인민군은 계속 남하하여 우리 고장
울진까지 오게 되었다. 우리와 똑 같이 생겼고 우리와 꼭 같은 말을
하는 인민군들은 큰 길 옆에 있었던 우리집에도 잠시 들어와 가족들에게 안심을 시키는 여유도 보였다. 그 무렵에 아군기들이 인민군을 소탕한다고 우리 마을에 기름을 공중살포하고 불을 질러 마을이 거의 다 불탔는데 우리집 뒷뜰의 대나무 숲으로 인하여 더 이상 불이 번지지 않아 우리집부터는 안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9. 28수복이 있을 때 우리 경찰들이 우리 뒷담에다 기관포를
걸어놓고 적군을 쫒는다고 장담하더니 우리집 바로 뒤 공터에 수거된 포탄더미를 만들어 놓은 것이 있었는데 한 밤중에 피아간 교전이 있을 때 누가 불을 질렀는지 이 포탄이 터지면서 바로 가까이 있던 우리집도 불더미에 사라지고 말았다.
그 때 우리는 뒷마당 대나무 숲 아래 방공호에 피신해 있다가 연기가
방공호로 들어오는 바람에 새마을 쪽으로 잠시 피신했고 아버지는 이웃
유지들과 대청마루 속 깊이 몸을 숨겼다가 불이 나자 어디론가 몸을 피하셨는데 이튿날 아침에야 잿더미가 된 집터에서 가족이 모두 무사히 살아서 만날 수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산 것만으로도 다행한 일이지만 선비였던 아버지는 이 일로 인해 너무 놀라신 나머지 득병하여 이듬해인 ‘51년 2월에 향년 50세로 마침내 돌아가셨다.
4남 2녀 우리 6남매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으며 위로 형님 둘은 전쟁에 직접 참여하여 작은 형님은 왼팔에 부상을 입어 상이용사가 되었고 지금은 고향을 지키며 내년이면 희수를 맞이한다. 전쟁에서 살아온 큰 형님은 휴전 뒤 제대하여 삼척시멘트 회사에 다니다가 득병하여 33살에 요절하였고 6. 25 때 3살이던 남동생은 내후년이면 회갑을 맞이한다. 큰 누님은 올해 건강한 80을 맞아 고향에, 둘 째 누님은 금년에 칠순을 건강하게 맞이 하여 관인에 살고 있으며 둘 다 감리교회 권사로서 신앙생활도 잘 하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머니 저 세상 가신지도 벌써 17년이 지났다. 어느 새 세월이 이렇게 흘러 갔는가?
어쨋거나  두 형님과 동생은 육군에서, 나는 공군에 자원하여 군복무를 마쳤으므로 만일 아버지가 살아계서서 대선大選에 나가시더라도 우리 4형제로 인하여 병풍兵風을 맞을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6. 25를 겪은 사람이 다 비슷하겠지만  우리 가정도 이로 인하여 큰 변화를 겪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6. 25의 노래’를 이맘 때면 불러보지 않을 수 없다.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조국의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맨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내어
발을 굴러 땅을 치며  의분에 떤 날을
이제야 갚으리 그날의 원수를
쫒기는 적의 무리 쫓고 또 쫓아
원수의 하나까지 쳐서 무찔러
이제야 빛내리  이 나라 이 겨레
                              
         (작사:박두진/작곡:김동진)

다니던 국민학교 교사校舍가 모두 불이 나서 가교사와  들판으로,강가로
옮겨다니다 졸업하였고 중학교에 들어갔는데 아마 이 무렵인가  교과서에 실린 모윤숙 시인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란 시를 읽고 이 시에 사로 잡혀 지금도 거의 다 암송하는 일이 있게 되었다. 모두 12연으로 되어 있는 이 시의 주제는 자유와 조국애인데 조국의 위급함을  보고 목숨을 던진 젊은 국군의 말을 통해 애국심을 호소하는, 절절이 가슴에 새겨지는
애국시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을 경험한 사람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이거나 이맘 때에 한 번 쯤 감상해 보도록 권유해보고 싶은 좋은
시이다.
내가 모윤숙 시인을 만난 것은 60년대 중반이었으니까 모毛시인은 거의
60을 바라보던 때였고 나는 20대 중반이었겠다. 여걸다운 첫인상이 깊이 지금도 남아 있다.
특별히 요즘같이 주적개념이 분명치 않은 시점에 온갖 충격적인 군사고
軍事故를 지켜보면서 우리 국군은 누구나 할 것없이 이 시를 한 번씩 꼭 읽어 국가관을 좀 더 확실히 하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금할 수가 없다.
6. 25 한국전쟁  55주년과 보훈의 달인 6월을 보내며 잠시 지난날을 돌아 보게 되거니와 우리 생전에 온전한 통일을 보게 될 것인지는 지금도 의문이다. 휴전 이전에 조금 더 밀고 올라가 전쟁을 끝냈어야  했는데…

                                                 <2005. 6. 25>


  



    ⊙ 발표일자 : 2005년06월   ⊙ 작품장르 : 6·25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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