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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5 05:58

가을 단풍은 점점 짙어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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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단풍은 점점 짙어가는데

  오정방
  

눈을 들어 사방을 살펴보니 가을이 완연하다. 단풍이 곱게 물들어
가는 것을 보면서 고국의 산천을 잠시 떠올리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향수의 소치일 것이다.
달력을 보니 오늘이 한로寒露이니 지금쯤 설악산의 단풍은 절경이
아닐까 싶다. 권금성 산장 부근이나 천불동 계곡을 물들이는 단풍을
연상하며 가을에 찾아다녔던 고국의 명산들을 마음 속으로나마 그려
보며 시첩을 열어보니 작년 이맘 때 이런 시를 써둔 것이 보인다.
역시 단풍은 한국이 제일인가 싶다.  

산능에서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등을 떠밀려
단풍들이 하산하고 있다
높은 데서 낮은 데로
성큼 성큼 내려서고 있다
설악산에서도
오대산에서도
북한산에서도

계곡에서 스쳐오는
소슬바람의 손에 이끌려
단풍들이 하산하고 있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쫄래 쫄래 내려오고 있다
속리산에서도
내장산에서도
지리산에서도

               - 졸작  <시월, 단풍들의 하산> 2004. 10. 8


가을이 오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역시 나무들의 변화가
아닌가 싶다. 자연의 시간표에 따라  청청하던 잎새들이 하나 둘
붉은 옷 또는 갈색 옷으로 갈아 입으면 가을은 점점 깊어가는 것
이다. 누가 세월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으랴. 누가 자연이 변화
하는 것을 멈출 수 있으랴.
시첩을 더듬으니 3년 전 이 무렵엔 이런 시조 한 수를 남겼구나.


단풍은 꽃이로세
꽃보다 더 곱구나

홍엽은 불덩일세
불보다 더 활활 타

마음속
옮겨 붙은 불
꺼질줄을 모르네

                 - 졸작 <가을 단풍> 2002. 10. 9



시첩 속엔 아래와 같은 시도 보인다.  제목은 <단풍>으로 5년 전
9월에 쓴 것이다. 나무의 변화는 계절에 따라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러면서 나이테를 더해가고 언젠가는 일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저렇게
누럴 수밖에 없다
저렇게
붉을 수밖에 없다

모자람 때문이 아니다
목마름 때문도 아니다
부끄러움 때문은
더더구나 아니다

비리도록 타는 저 마음
알려고 하지 마라
거기에도
창조주의 뜻이 있나니
자연은
자연 그대로 바라보라

겨울이 오고자 하면
가을은
부서져야 하느니
봄이 오고자 하면
겨울은
사라져 가야 하느니

새 봄을 잉태한
저 몸부림
어느 사이 내 귀엔
또 하나의
나이테 영그는 소리


이제 짬이 좀 생기면 아예 작정하고 단풍구경을 좀 나서야 겠다.
몸이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 하며 ‘단풍’을
소재로 한 작품 몇 편을 다시 읽어보며 가을 속으로 깊이 들어
간다. 앞으로 몇 번의 가을과 더 만날 수 있으랴?


                                        <2005. 10. 8>


  



    ⊙ 발표일자 : 2005년10월   ⊙ 작품장르 : 시와함께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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