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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읽고 싶은 시詩 1편

by 오정방 posted Aug 2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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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읽고 싶은 시詩 1편

  오정방
  

  
매년 5월은 온다. 5월의 18일도 온다. 이날이 되면 꼭 읽고 싶은
졸시 1편이 있다.
오늘 아침에도 이곳 FM코리아 방송에서 임옥자 아나운서가 오늘의
역사를 더듬으며 이 시를 언급하였거니와 작품가운데 산을 의인화
하여 ‘나는…’으로 시작했다. 얘기는 ‘80년도 5. 18  광주항쟁이
일어난, 내가 아직 이민 오기 7년 전, 이곳에 있는 Mt. St. Helen 이
폭발되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 났던 것이고 나는 그날을 더듬으며
2000년 이날, 20주년이되던 날에 아래와 같은 졸시를 써서 시애틀에서
발행되는 기독신문에 보냈던 것이다.
오늘 한국은 5월 19일이지만 여긴 18일인데 티비를 틀어 뉴우스를 보니
18일에 망월동은 대통령을 비롯하여 여야 할 것 없이 정당 대표들을
포함한 많은 정치인들이 묘소를 참배하여 영령들을 위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평소에 좀 그렇게 하지 꼭 무슨 날이 되어서야 법석을 뜨는 것 같아서 좀
씁쓸한 느낌이 없지도 않았다.
이제 서로 많이들 이해하고 용서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는데 정작
보여야할 전, 노 전직대통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느 자리라고
여길 오느냐 하지 말고 혹 진정한 마음으로 참배를 한다면 너그러이
용납하는 훈훈한 그림을 하루 속히 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헬렌산은 이민후 19년 동안 예닐곱 번 다녀왔지만 최근 3년 사이에는
가보지 못했다. 주위의 산야에 상당히 빠른 속도로 수목이 자라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지만 아직도 산정엔 재폭발이 될지도 모를만큼
모락 모락 김이 솟아오르고 있다.
졸시의 제목은 ' 오손 도손 사랑하며 살자'이고 부제는 '광주항쟁 과
Mt. St. Helen 폭발 20주년에'였다.

                                              <2006. 5. 18>



나는,
광대한 태평양으로부터
내륙으로 올라 온
아름다운 구름의 옷으로 늘 싸여 있었고
영국인 선장 조지 밴쿠버에 의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진 이래
어쩌다 구름에서 벗어나
완벽한 내 모습을 보여줄 땐
산 아래 모든 사람들이
‘과연 굉장하다’
감탄하는 소리를 듣고 또 들었었지

카나다에서 남으로 내리 달려
캘리포니아까지 이르는 미 서부
캐스캐이드 산맥가운데
태고 적부터
워싱턴주의  레이니어 산 남쪽에
오레곤주의 후드산 북쪽에 앉아
눈아래 내려다 보이는
수많은 낮고 낮은 봉우리들과 벗하며
평화롭게 지금까지 잘 지내온거야

나는,
언제나 하얀 백발을 이고
아무 부러울 것 없이
누구를 원망할 것도 없이
욕심도, 미움도, 시기도, 질투같은 것도 없이
자연 그대로 고고히 살아온거야

아아, 세상 사람들
제 갈 길이 너무 바빠
기억 속에 희미한 먼 먼 옛날 같지만
1980년 봄, 나는 단잠에서 깨어났고
드디어 20년 전 바로 오늘 5월 18일,
가슴을 찢고 피를 토할 수 밖에 없었던
그럴만한 이유가 내게 있었던거야

동방의 작은 나라,
그러나 드없이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전라남도 광주라는 작지 않은 도시에서
형제가 형제의 머리에 총부리를 들이대고
친구가 친구의 가슴에 돌멩이를 퍼붓던 날
이름하여 광주항쟁이 일어난
바로 그 해, 그 달, 그 날에
나는 그 슬픈 소식에 속이 뒤짚혀
안타깝고, 애처롭고, 비통한 마음을 참지 못해
함께 머리를 깨고 가슴을 찢어
마침내 폭발하고만거야

나의 지울 수 없는 상처는
세월이란 약으로 이제 아물어가고 있지만
내 머리와 가슴은
억겁의 세월이 흘러가도
옛모습을 영영 회복할 수 없을거야

인간들이여,
이젠 이 아픈 기억 모두 무덤 속에 깊이 묻어두고
아니, 깊이 묻어뒀다는 기억조차 모두 망각해 버리고
지금부턴
두루 두루 용서하며 살자
오손 도손 사랑하며 살자
                            <2000. 5. 18>


  



    ⊙ 발표일자 : 2006년05월   ⊙ 작품장르 : 시와함께하는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