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2015.08.29 09:13

아내 흉보기

조회 수 7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아내 흉보기

  오정방
  

그냥 곱게 잘 있는 아내를 흉보는 것은
정말 조심스런 일이다
잘해도 본전 건지기가 어렵고
잘못하면 공연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일이다
제 아내를 자랑하는 것도,
자기 내자를 흉보는 것도
다 팔불출이긴 마찬가지이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 소리를 면키 어렵다

아내는 컴맹으로 인터넷을 못한다
처녀시절엔 국영문 타자를 잘도 쳤지만
못난 나를 만나 아기 키우랴, 힘든 살림하랴
모두 잊어버렸고 손가락 마디도 굳었다
남편의 홈페이지를 스스로 와본 적이 없고
따라서 자기 흉보는 것도 알아채릴 기회가 없다
요즘같은 디지탈 시대와는 거리가 너무 먼
원시시대, 아날로그 시대를 아직도 살아가고 있다

아내는 맛없는 음식을 만들지 못한다
시집 올 때 밥도 지을줄 몰랐고
반찬은 더더구나 엄두조차 내지 못하더니
서툰솜씨이나 정성껏 만든 음식
결혼초부터 잘 먹어주는 이 몸 때문인지
간간히 넋잃고 바라본 티비 요리강습 덕분인지
강산이 네 번이나 변하도록 함께 살면서
나로 하여 반찬투정할 짬을 좀체로 주지 않는다

아내는 시집 흉보는 짓을 하지 못한다
아무리 시집 가족들이 너그럽다 해도 그렇지
부딪히다 보면 때로는 흠잡을 데가 없지 않을텐데
그리고 삶의 양념삼아 흉볼 일도 가끔은 있을텐데
때로는 그렇게 해서 스트레스도 좀 풀만 하건만
돌아서서도, 내 앞에서도 불평하지 않는다
성격이라면 성격, 성품이라면 성품때문일까
이런 바보같은 아내를 바라보며 또 한 해를 보낸다

<2006. 12. 26>



   

  오정방
  

그냥 곱게 잘 있는 아내를 흉보는 것은
정말 조심스런 일이다
잘해도 본전 건지기가 어렵고
잘못하면 공연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일이다
제 아내를 자랑하는 것도,
자기 내자를 흉보는 것도
다 팔불출이긴 마찬가지이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 소리를 면키 어렵다

아내는 컴맹으로 인터넷을 못한다
처녀시절엔 국영문 타자를 잘도 쳤지만
못난 나를 만나 아기 키우랴, 힘든 살림하랴
모두 잊어버렸고 손가락 마디도 굳었다
남편의 홈페이지를 스스로 와본 적이 없고
따라서 자기 흉보는 것도 알아채릴 기회가 없다
요즘같은 디지탈 시대와는 거리가 너무 먼
원시시대, 아날로그 시대를 아직도 살아가고 있다

아내는 맛없는 음식을 만들지 못한다
시집 올 때 밥도 지을줄 몰랐고
반찬은 더더구나 엄두조차 내지 못하더니
서툰솜씨이나 정성껏 만든 음식
결혼초부터 잘 먹어주는 이 몸 때문인지
간간히 넋잃고 바라본 티비 요리강습 덕분인지
강산이 네 번이나 변하도록 함께 살면서
나로 하여 반찬투정할 짬을 좀체로 주지 않는다

아내는 시집 흉보는 짓을 하지 못한다
아무리 시집 가족들이 너그럽다 해도 그렇지
부딪히다 보면 때로는 흠잡을 데가 없지 않을텐데
그리고 삶의 양념삼아 흉볼 일도 가끔은 있을텐데
때로는 그렇게 해서 스트레스도 좀 풀만 하건만
돌아서서도, 내 앞에서도 불평하지 않는다
성격이라면 성격, 성품이라면 성품때문일까
이런 바보같은 아내를 바라보며 또 한 해를 보낸다

<2006. 12. 26>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4 현대시 독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오정방 2015.08.13 73
243 현대시 문자 받기 오정방 2015.09.17 73
242 현대시 어머니의 허리 오정방 2015.09.01 74
241 현대시 월드컵, 가자 먼저 16강으로! 오정방 2015.08.27 74
» 현대시 아내 흉보기 오정방 2015.08.29 74
239 현대시 자연의 순리順理 오정방 2015.09.01 74
238 현대시 농무濃霧 오정방 2015.09.12 74
237 현대시 그대와 함께라면 오정방 2015.08.27 75
236 현대시 춤추는 코스모스 오정방 2015.08.29 75
235 현대시 가을이 비에 젖고 있다 오정방 2015.09.15 75
234 현대시 체육인 7박송七朴頌 오정방 2015.09.10 76
233 현대시 어떤 문병問病 1 오정방 2015.09.10 76
232 현대시 밤마다 꿈마다 오정방 2015.09.15 77
231 현대시 네가티브 전략으로는 오정방 2015.08.12 78
230 현대시 가을과 인생 오정방 2015.08.25 78
229 현대시 보릿고개 오정방 2015.08.26 78
228 현대시 오 십 년 만의 목소리 1 오정방 2015.09.10 78
227 현대시 삶은 달리기 경주가 아니잖아 오정방 2015.09.12 78
226 현대시 시시종종時時種種 오정방 2015.09.12 78
225 현대시 사랑, 천지의 주제主題 오정방 2015.09.16 78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23 Next
/ 23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7.07

오늘:
9
어제:
4
전체:
194,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