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2015.09.16 08:35

산정무진山情無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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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무진山情無盡
        - Eagle Creek Trail 에서
오정방


사람이 있기 전에 산이 먼저 있었다
나무와 숲이 조성되기 전에
산은 이미 그 터를 굳게 잡고 있었다
마치 한 없이 너그러운 어머니 품같은 산
언제나 그 품이 그리워 등산의 길에 들어선다
맑은 공기, 신선한 바람
값없이 마음껏 마시고 또 맞는다
산새들의 노래와 계곡수 흐르는 소리에
굳어진 마음도 열고 더럽혀진 귀도 씻는다
절벽에서 내리 달려 쏟아지는 폭포수 아래에선
그 어떤 세상 잡스런 소리도 들리지 않아서 좋다
적당히 내리쬐는 햇살과 간간이 지나가는 여우비
기기묘묘한 바위들과 때맞춰 곱게 핀 야생화들
창조주의 솜씨를 새삼 큰 은혜로 느낀다
산에의 길은 인생의 길
평탄하기도 하고 힘든 굽이를 만나기도 한다
돌뿌리에 채이고 나뭇등걸에 걸리기도 한다
가다가 잠시 쉬어갈 수 있을지언정
한 곳에 마냥주저 앉아 있을 수는 없다
의지와 투지와 끈기와 인내가 필요한 등산
우리네의 삶도 이와 같은 것이다
순간순간마다 겸손하면 순조롭고
교만하면 넘어지는 진리를 산에서도 배운다
묵묵히 앞을 보고 걷는 자만이
정상에 도달할 수 있는 것처럼
보폭과 보속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목표점을 향해 선한 의지를 꺾지 않고
한 걸음씩 한 걸음씩 걸어가야하는 인생
오늘도 산의 다함없는 정에 매혹된 채
요산요수樂山樂水의 마음을 가득 담아
또 다른 등산의 꿈을 키우며 하산한다

<2011. 5. 30>

*오레곤한인산악회(회장 김정익) 멤버들과
2011. 5. 28(토) 모처럼의 즐거운 산행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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