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2015.08.12 05:37

히가시하라 마사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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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전 내 어릴 적 이름은 히가시하라 마사요시
생각하니 나도 과거사에 자유롭지 못하다

내 아버지의 생업은 농업이요
내 아버지의 신분은 한학자셨지

남에게 조그맣게라도 덕은 끼치었으되
절대로 손해를 입힌 적이 없으신 어른

세월을 잘못만나 한일합방을 보았고
시절을 잘못만나 왜정시대를 살으신 어른

딸린 식솔들을 어찌하지 못해 흙과 살았고
물을 거슬러 올라가지 못해 창씨개명을 하셨지

멀쩡한 성씨를 빼앗기고 대신 히가시하라東原
나는 이 분의 세 째 아들 신사생 마사요시正芳

나는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세상을 한탄하지도 않는다

다만 굴절된 역사를 조용히 받아 들일 뿐
다만 과거를 미래의 거울로 생각하고 있을 뿐

                           <2004.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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