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2015.08.12 05:38

어느 슬픈 인생의 옛이야기

조회 수 22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그는 더 이상 무위도식 할 수 없었다
딸린 식구들을 위해 지게품이라도 팔아야
끼니를 이을 수 있는 서글픈 인생이 되었다
어렵사리 지게 하나를 장만하여
용산역에 나가서 닥치는대로 짐을 날라주고
몇푼씩 받아 연명하고 있었다
이래서는 세상 사는 맛이 나지 않는다고
일확천금을 꿈꾸며 100원 주고 복권 1장을 샀다
1억원이 당첨되면 이렇게 이렇게 쓰겠다고
밤마다 기왓집을 몇채나 짓고 허물었다
그러면서 복권번호를 반복해서 줄줄 외웠다
14721472 일사천리일사천리
복권이 발표되는 날 지게품을 가다말고
길가 라디오 수리가게 스피커에 귀를 댔다
고물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릴 듣고
그가 심장이 금 새 멎는 것 같았던 것은
복권당첨번호는 14721472라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당첨, 당첨이다, 1억원 당첨이다
이젠 이까짓 지게따위는 필요없다고 외치면서
단숨에 달려가 지게를 벗어 한강에 힘껏 던졌다
은행에 도착하여 가쁜 숨을 고르며 당첨금을 달라고
번호를 달달 외우면서 행원에게 요청했다
여직원이 당첨복권을 보여달라고 하니까
그 때에서야 뒷통수를 얻어 맞은듯 정신이 바짝났다
너무너무 중요한 복권이었던지라
지게춤에 깊숙히 남모르게 숨겨두었던 것을
그제서야 기억해 냈지만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2004. 8. 27>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4 현대시 여보, 나는 당신이 오정방 2015.08.25 80
303 현대시 여명黎明 오정방 2015.08.17 41
302 현대시 여름과 가을 사이 오정방 2015.09.01 109
301 현대시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다, 가자 8강으로! 오정방 2015.09.16 36
300 현대시 엘에이에 비가 오신단다 오정방 2015.08.13 195
299 현대시 에스페란토Esperanto 오정방 2015.09.01 61
298 현대시 에델바이스 오정방 2015.09.01 108
297 현대시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 오정방 2015.09.10 144
296 현대시 어머니의 허리 오정방 2015.09.01 74
295 현대시 어머니의 속성屬性 오정방 2015.09.12 54
294 현대시 어떤 이혼 오정방 2015.08.26 48
293 현대시 어떤 연기煙氣 오정방 2015.08.29 18
292 현대시 어떤 문병問病 1 오정방 2015.09.10 76
291 현대시 어디서 밤톨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오정방 2015.09.10 211
290 현대시 어느 친구를 위한 12가지 기도 오정방 2015.09.01 132
289 현대시 어느 여름날 오후 오정방 2015.08.18 94
» 현대시 어느 슬픈 인생의 옛이야기 오정방 2015.08.12 227
287 현대시 어느 세계지도 속의 한반도韓半島 1 오정방 2015.09.24 278
286 현대시 양미리 오정방 2015.08.29 154
285 현대시 야생화野生花 오정방 2015.08.18 47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23 Next
/ 23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7.07

오늘:
1
어제:
3
전체:
193,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