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2015.08.17 11:44

팔불출八不出

조회 수 5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팔불출八不出

  오정방
  

털고 훔치고 씻고 닦고 말리고 문지르고
썰고 짜르고 찢고 까고 뽂고 찌고 데치며
남달리 부엌에 있기를 좋아하는 아내가
즐겨보는 티비 프로는 단연 요리강습이다
무슨 요리, 어떤 음식이던
한 번 티비에서 보고 들은 것은
비슷하게 만들어내는 특별한 재주를 가졌다
요리강사가 빛좋게 만든 음식이야
먹어보지 못해 맛을 알 수 없지만
삼십년 이상 입맛이 길들여진 탓인지
아내가 만든 음식은 다 정갈하고 맛있다
오늘 저녁메뉴는 며칠 전 티비에서 본 돈까스
먹음직도 하고 맛있음직도 하여
식사기도를 서둘러 끝내고 칼질을 한다
한 입 베어 물고 ‘음, 베리 굳’
하고 얼굴을 쳐다보며 칭찬을 하는데
아내의 흡족한 미소가 얼른 눈에 들어 온다
저녁식사는 소식, 또는 건너 뛰든가
아니면 아예 과일로 떼우기로 해놓고는
오늘도 새로운 메뉴 때문에 파계해 버렸다
가만히 생각하니 내가 아내 복은 타고 났다
간 작고 팔불출이래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은
그래서 부부싸움 한 번 제대로 못해본 나를
가까이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일임에야

                            <2005. 2. 17>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4 현대시 대통령의 그 눈물 오정방 2015.09.16 220
63 현대시 지금 인생의 몇 시를 지나고 있습니까? 오정방 2015.09.16 256
62 현대시 식목植木 오정방 2015.09.16 28
61 현대시 청춘에 대하여... 오정방 2015.09.16 71
60 현대시 봄비가 아프다 오정방 2015.09.16 81
59 현대시 파강회 오정방 2015.09.16 138
58 현대시 산정무진山情無盡 오정방 2015.09.16 110
57 현대시 36,516 오정방 2015.09.16 41
56 현대시 시인의 병실 오정방 2015.09.16 62
55 현대시 우리 아버지 오정방 2015.09.16 91
54 현대시 영정사진影幀寫眞 오정방 2015.09.16 129
53 현대시 문자 받기 오정방 2015.09.17 73
52 현대시 가을인줄 알겠습니다 오정방 2015.09.17 72
51 현대시 다섯 번째의 사과Apple 오정방 2015.09.17 160
50 현대시 세계인구 70억명 시대 오정방 2015.09.17 108
49 현대시 제주도, 그리고 한라산 오정방 2015.09.17 177
48 현대시 아내는 미장원에 안간다 오정방 2015.09.17 146
47 현대시 나의 망팔望八 오정방 2015.09.17 115
46 현대시 봄에 내리는 겨울 눈 오정방 2015.09.17 147
45 현대시 콜롬비아 강에 어둠이 덮일 때 오정방 2015.09.24 276
Board Pagination Prev 1 ...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Next
/ 23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7.07

오늘:
0
어제:
11
전체:
193,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