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2015.08.18 04:25

하모니카 2

조회 수 19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하모니카 2

  오정방
  

  

어제 아침에 생각잖게 손에 쥐게 된
그 하모니카로 인하여 마냥  즐겁다
간 밤에 미등만 켜 놓은 채
부부가 침상에 누워서
주거니 받거니 서로 섞바꿔가며
밤이 깊도록 하모니카를 불었다
‘바우고개 언덕을 혼자 넘자니…’
‘푸른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
‘……..’
지금 곰곰히 생각해 보아도
그것밖에 한짓이란 아무 것도 없는데,
둘이서 손만 잡고 그냥 조용히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왜 둘이 다 입술이 부풀었나
간만에 옛 추억을 더듬느라
지난 밤 하모니카를 불어도 너무 심하게 불었나?
침대머리에 둔 하모니카가 먼저 일어나 빙긋 웃길래
우리부부도 서로 보고 싱긋 웃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2005. 5. 15>





  


하모니카

햇빛 쏟아지는 여름날 아침나절에
건전지 한 알을 찾느라고
아들이 결혼 전에 쓰던 책상 서랍을 뒤지다가
주인의 무관심 속에 깊이 잠들어 있던
하모니카를 보았다
내가 애용하다가 이민 가방에 넣고 와서
언젠가 아들에게 물려준 것이었으나
아들은 살림을 나면서 갖고가지 않은 모양이다
옛날이 생각나서 입에 대고 한 곡 불어본다
얼핏 생각나는 것이,
아니 가장 잘 불었거나 즐겨 불었던 멜로디가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없어…’였다
낙엽 우수수 떨어지는 늦 가을 해질녘이라야
이 곡은 자연스럽고 안성맞춤인데
하필이면 화창한 아침에 이 곡이 생각났는지
습관이란 참으로 무섭기만 하다
깊이 잠자던 하모니카는 오랜만에 옛주인을 만나
아침부터 신명나게 한바탕 크게 울어주었지만
입심이 전만 못하다고 조금은 서글퍼 하는듯 하다

                               <2005. 5. 14>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4 현대시 첫눈이 오시려나 보다 오정방 2015.08.17 59
43 현대시 동짓날 팥죽 오정방 2015.08.17 84
42 현대시 걷는자만이 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오정방 2015.08.17 110
41 현대시 갈등葛藤 오정방 2015.08.17 53
40 현대시 무욕無慾 오정방 2015.08.13 38
39 현대시 기심己心 오정방 2015.08.13 36
38 현대시 독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오정방 2015.08.13 73
37 현대시 석별惜別 오정방 2015.08.13 58
36 현대시 아름다운 기억으로 오정방 2015.08.13 23
35 현대시 이럴 땐 큰 박수를! 오정방 2015.08.13 66
34 현대시 고향의 꿈 오정방 2015.08.13 24
33 현대시 11월 종야終夜에 오정방 2015.08.13 26
32 현대시 시간을 붙들어매고 싶었다 오정방 2015.08.13 66
31 현대시 낙엽을 쓸어내버린 이유는 오정방 2015.08.13 197
30 현대시 칠면조 오정방 2015.08.13 57
29 현대시 낙엽이 깔린 길 오정방 2015.08.13 67
28 현대시 마음을 주었다가 혹 돌려받지 못한다해도 오정방 2015.08.13 29
27 현대시 가을이 조랑 조랑 오정방 2015.08.13 173
26 현대시 아내가 기쁘면 오정방 2015.08.13 40
25 현대시 엘에이에 비가 오신단다 오정방 2015.08.13 195
Board Pagination Prev 1 ...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Next
/ 23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7.07

오늘:
5
어제:
3
전체:
193,984